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좌완 강속구 투수 블레이크 스넬(3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1년 만에 완전히 추락했다. 거듭된 부상과 부진으로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다.
스넬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캐츠 소속으로 라운드락 익스프레스(텍사스 레인저스 산하)와의 경기에 선발등판, 1⅔이닝 3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삼진은 하나도 잡지 못했다.
지난 4일 왼쪽 사타구니 긴장 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뒤 3주 만에 이날 트리플A에서 실전 복귀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27개)와 볼(24개)이 비슷했고,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도 시속 94.7마일(152.4km)로 시즌 평균 95.4마일(153.5km)보다 떨어졌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스넬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변명처럼 느껴진다. 답답하다”며 “서둘러 복귀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구하고 싶지만 아직 나다운 모습을 찾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32경기(180이닝) 14승9패 평균자책 2.25 탈삼진 234개로 활약하며 사이영상을 받은 스넬은 그러나 FA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았다. 내구성에 물음표가 있었고, 결국 3월 중순에서야 샌프란시스코와 2년 62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예상보다 크게 박한 조건의 계약이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 트레이닝을 건너뛰었고,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극히 부족했다. 팀의 개막 11번째 경기에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 첫 3경기 3패 평균자책점 11.57로 무너졌다. 왼쪽 내전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한 달간 공백기를 가진 스넬은 지난달 23일 복귀 후 3경기에서도 부진을 거듭했다.
올 시즌 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9.51 WHIP 1.94 피안타율 3할8리. 6경기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조기 강판을 반복했다. 총 23⅔이닝 투구에 그치며 선발투수 구실을 전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일 뉴욕 양키스전을 마친 뒤 왼쪽 사타구니 통증으로 또 다시 부상자 명단으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카일 해리슨, 키튼 윈이 각각 오른쪽 발목 염좌, 오른쪽 팔꿈치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5인 선발진도 제대로 꾸리기 힘든 상황이다. 25~27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 3연전 모두 선발투수가 ‘TBD(미정)’ 상태.
스넬의 복귀가 시급하지만 재활 등판에서도 구속 저하에 제구 난조를 보이며 선수 본인이 자신감을 잃었다. 스넬은 “재활 등판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투구수 50개까지 던졌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조기 복귀보다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100마일(160.9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던 스넬이었지만 이날은 최고 구속이 시속 95마일(152.9km)에 그쳤다. 스넬은 “정말 충격받았다. 다리를 쓰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믿을 수가 없다”며 “아직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갈 길이 멀다”고 냉정하게 자가 진단했다.
지난겨울 스넬뿐만 아니라 중견수 이정후(6년 1억1300만 달러), 3루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 투수 조던 힉스(4년 4400만 달러),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 등을 영입한 샌프란시스코는 그러나 24일까지 36승42패(승률 .462)로 NL 서부지구 4위에 그치고 있다.
이정후가 펜스 충돌로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아 37경기 만에 시즌 아웃된 가운데 채프먼, 솔레어도 기복이 심한 타격을 보이고 있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인 힉스가 16경기(80⅔이닝) 4승4패 평균자책점 3.24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스넬이 무너지면서 선발 평균자책점 25위(4.61)로 처져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80이닝을 넘긴 힉스도 지난 등판에서 다리에 무거움을 느꼈다.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당장 휴식을 주기엔 대체 선발이 마땅치 않다. 길어지는 스넬의 공백이 샌프란시스코에 더 치명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