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곱고 순하지만…" 명장이 한눈에 반한 19살 뱃심, 불펜 전환에도 웃었다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6.26 14: 40

“얼굴은 굉장히 곱게, 순하게 생겼지만…여기에 뱃심이 있는 친구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두려움 없이 제 고집대로 버티는 힘이라는 뜻의 ‘뱃심’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을 중요하게 본다. 올해 전체 1순위 신인으로 입단한 좌완 투수 황준서(19)의 기질도 한눈에 확인했다. 
황준서는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부터 불펜 대기에 들어갔다. 리카르도 산체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이날부터 선발진에 들어오면서 기존 선발 중 누군가 한 명 빠져야 했다. 좌완 불펜 김범수가 재조정을 위해 2군에 내려가면서 좌완 김기중과 황준서, 둘 중 한 명이 불펜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화 황준서. 2024.06.06 / jpnews@osen.co.kr

한화 김경문 감독. 2024.06.25 / rumi@osen.co.kr

지난주부터 두 투수의 보직을 놓고 고민한 김경문 감독은 김기중을 선발진에 잔류시키며 황준서를 불펜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황준서가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2⅓이닝 1피안타 8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뒤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 스태프들과 이야기하면서 과연 두 선수 중 누가 불펜에 갔을 때 상대팀이 더 까다로울지, 중간에 어떤 선수가 더 맞을지 여러 대화를 했다”며 “지금 준서가 선발로 던질 때보다 불펜에서 던지면 구속이 아마 2~3km 더 나올 것이다. 지금은 불펜으로 팀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랙맨 기준으로 황준서의 직구 구속은 선발등판시 시속 141.7km였고, 구원등판이 시속 144km로 측정됐다. 
황준서는 올 시즌 15경기(11선발·53⅔이닝) 2승7패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50개를 기록 중이다. 데뷔전 선발승을 시작으로 준수한 투구를 하고 있지만 처음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직구 구속이 시속 130km대로 감소하는 등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할 선발투소로서 스태미너 부족이 아쉬웠다. 
장기적으로는 봤을 때 당연히 선발로 키워야 할 투수이지만 지금 당장 1군에서 쓰기에는 불펜이 조금 더 낫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김기중이 5월부터 선발 3경기를 포함 올 시즌 9경기(22⅔이닝) 2승 평균자책점 3.18로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는 만큼 황준서를 굳이 선발진에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 
한화 황준서. 2024.04.06 / soul1014@osen.co.kr
한화 황준서. 2024.06.04 / rumi@osen.co.kr
기술이나 체력적인 면만 보고 내린 결정은 아니다. 주자가 있는 위기나 점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자주 나오는 불펜투수는 멘탈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준서가 얼굴은 굉장히 곱게, 순하게 생겼지만 뱃심이 있는 친구다. 기중이도 자기 장점이 있지만 준서는 고졸 신인이다. 프로에 오자마자 마운드에 서서 던지는 것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내가 몇 경기 보니까 본인만의 좋은 것을 많이 갖고 있더라. 팀에 굉장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돌다 불펜으로 내려갔으니 아쉬울 법도 하지만 황준서는 김 감독 말대로 ‘뱃심’이 다른 선수였다. 그는 “지난 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과 코치님이 부르셔서 보직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저도 좋다고 했다”며 웃은 뒤 “아직 안 좋은 점도 많은데 감독님께서 좋은 부분을 봐주시고 계속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황준서는 “보직이 바뀌었다고 해서 혼란스러운 건 없다. 시즌 초반에 불펜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 엄청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다”며 “오늘부터 불펜 대기를 하는데 좋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새로운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뷔전을 선발승으로 시작한 황준서는 이후 4경기를 불펜으로 던졌다. 당시 4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무척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 위기 상황에도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 짧은 이닝에 힘을 압축해 던지면 구속 상승과 함께 주무기 포크볼의 위력도 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펜으로 좋은 기억을 가진 황준서가 불펜 필승조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한화 황준서. 2024.03.10 / dreamer@osen.co.kr
한화 황준서. 2024.06.04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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