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재중이 데뷔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20년이지만, 김재중은 지나간 시간과 그 시간 동안 함께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인코드(iNKODE) 사옥에서는 김재중의 데뷔 20주년 앨범 ‘FLOWER GARDEN’ 발매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26일 오후 6시 발매되는 ‘FLOWER GARDEN’은 국내에서 2년만에 발매하는 네 번째 정규앨범이자 김재중의 데뷔 2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기념 앨범이다.
김재중은 “믿기지 않는다. 20주년 기념 앨범이라니. 어렸을 땐 막연하게 20년 후 내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27살 정도 되면 어른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했다. 결혼도 하고 가족도 생기고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먼 미래더라”라면서도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별로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기념 앨범을 낼 수 있어서 현실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김재중이 지난해 6월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정식 오픈 이후 오랜 기간 준비해온 앨범으로 대부분의 트랙에 작사가로 참여하는 등 음악적인 진정성을 담아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김재중은 “정말 운이 좋게도 20주년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에 놓였고 만드는 김에 정말 최고의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합심해서 만든 앨범”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인터뷰 전날 우연히 가사지에 있는 오타를 발견하게 됐다고. 김재중은 “그게 샘플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리 찍어놨던 초동 물량에 똑같이 인쇄돼있었다. 어제 회의를 거쳐서 결국엔 8만 장을 폐기하고 다시 찍기로 결정했다”라며 “사실 요즘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사는 경우는 없지 않나. 기념적이거나, 혹은 상업적이긴 하지만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기 위한 티켓으로도 쓰인다. 그 소중한 음반에 실수를 첨가한다는 건 용납하고 싶지 않다. 원래 저렴한 비용으로 스티커로 가리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걸 선택하진 않았다”고 ‘완벽주의자’ 면모를 전했다.
그는 작사 참여 비하인드에 대해 “제가 작곡량이 없다 보니 감정을 담고 그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 하는 단순한 작업 말고 깊이 있게 내가 생각하는 표현 방법을 더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이 앨범은 굉장히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마음도 즐겁게 만들어 줘야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제가 직접 가사를 썼고 메시지를 담았다는 걸 팬들이 아시면 조금 더 노래에 집중해서 가사지를 보면서 들어주실 것 같더라”라면서도 “근데 가사지에 오타가 있으면 안 되지 않나. 하물며 제가 쓴 가사에 오타가 있었다”고 한탄했다.
타이틀곡 ‘Glorious Day’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잇는 나와 그런 팬들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나. 우리가 함께 하는 날이 바로 글로리어스 데이가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김재중은 “데모를 받은 순간 딱 꽂혔다. 타이틀곡이라는 생각으로 꽂힌 게 아니라 20주년이고 팬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잘 담길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가장 전성기가 언제냐’, ‘가장 영광스러웠던 날이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그룹 생활을 할 때는 ‘지금’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시간 흐르니까 암흑기나, 내가 가장 지쳐있었을 시기조차도 영광스러운 날이더라”라며 ‘항상’ 영광스러웠던 시간들을 돌이켜봤다.
그는 “뮤직비디오에는 한 송이 꽃부터 꽃밭,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꽃까지 꽃의 이미지가 굉장히 다양한 형식으로 나온다. 그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꽃의 이미지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한명 한명의 사랑, 팬들과 관객들이 너무 소중하고 그분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날이 실현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또 수록곡 중 마지막 트랙인 ‘201208’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H.O.T. 형님들의 3집 앨범을 들었을 때 테이프가 끊어지도록 들은 구간이 노래가 아니라 형님들의 보이스 메시지였다. 노래가 아닌 말을 넣는다는 게 파격적이었다. 제가 20주년을 기념에서 그 당시를 회상하다 보니 진짜 잘 만들어진 13트랙에 그냥 나를 한번 입혀보고 넣어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그러다가 2012년 8월에 작업해 놓은 트랙이 있더라. 그때 트랙을 넣고 그 위에 실제로 집에 가서 침대 속에서 녹음한 목소리다.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어있어서 팬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팬 사랑을 뽐냈다.
김재중은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 “위기의 순간이 너무 많았다.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날 것 같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고, 위기도 누군가는 다 겪게 돼 있다. 실수와 위기를 어떻게 견디고 넘어서냐가 관건이지 않냐. 전 사실 늘 위기였고, 완벽한 안전지대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소속사가 있고 솔로가 아닌 멤버가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1차적으로 완전체가 아니게 된 지 오래됐고 그 다음 그룹도 사실상 솔로 활동에 의존해 있어서 완벽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강해져야 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었던 건 맞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속에서 저 스스로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의 힘과 환경에 의존하고 의지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독립적인 활동과 스스로의 지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감사하기도 하다. 더욱더 혼자서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많기 때문에 같이하고 있는 스태프 혹은 팬분들에게도 지금까지 느낀 것보다 몇 배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늦게 깨달았다는 그는 “저는 제가 자신을 안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남에게 좋은 걸 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할 때 더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근데 막상 시간이 지나 보니 아니더라. 그걸 생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독립하고 자립할 수 있는 경험과 기본적인 지식이나 상식을 남겨주는 것 같다. 아무리 엄청난 부가 있어도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지만 몸에 축적시킨 경험과 지식은 쉽게 없어질 수 없다. 그걸 바탕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현재”라고 짚었다.
전 그룹이나 전 소속사에 대한 언급도 거리낌 없었다. 김재중은 “저는 늘 이야기를 해 왔다. 괜찮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돌아보면 사실 저희가 완전체로 활동했던 것보다 개개인으로 살아왔던 시간이 훨씬 길다. 예를 들면 어떤 분이 5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이혼 후 재혼을 했는데 15년이 지나면 재혼한 사람이 더 가족 같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멤버들의 지금의 상황들,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잘 살고 있어서 뿌듯하다”고 과거 동방신기로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심)창민이는 가정을 꾸렸는데, 나름대로 행복을 찾아가고 있고 자기 가치를 잘 만들어가고 있구나 싶다. 다들 너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보면서 뒤처지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야지 그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마약 투약 혐의 등의 구설로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춘 박유천에 대해서는 “저도 아픈 손가락이긴 하다. 같이 활동했던 멤버인데 연락해 본 적은 없다. 할 수가 없다. 저는 그 친구가 어느 나라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다”고 일축했다.
반면 김준수의 경우 최근까지도 유튜브 채널 ‘재친구’ 출연에 이어 일본 OST를 함께 부르는 등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바. 김재중은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는 멤버인 것 같다. 서로를 바라봤을 때 똘똘하게 잘 큰 거다. 어떻게 보면 준수랑 저만 회사를 설립하게 됐는데 아마 회사를 설립한 목적은 다를 수 있겠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꿈을 꾸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그냥 ‘잘 자랐구나’ 싶다. 서로 화해할 거리가 없어서 참 좋다”고 끈끈함을 전했다.
그런가하면 과거 전속계약 해지 분쟁을 벌였던 SM엔터테인먼트가 인코드 개업식 당시 화환을 보내 큰 화제를 모았던 것에 대해 김재중은 “좋았다. 그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엔터테인먼트서 화환이 왔다. 응원해 주신다는 거니까 너무 감사했다. 저에게 SM은 적이 아니다. 같이 상생해 나가야 하는 같은 업종의 기업이라 생각한다”며 “저를 탄생시켜준 회사다 보니 늘 감사하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제는 가수이자 인코드의 C.S.O가 된 김재중은 이번 앨범을 제작할 때 힘들었던 점을 묻자 “나를 여기에 담아내고, 이걸 찍어낼 때도 옆에 있어야 한다. 신경 쓰지 말아야 할 걸 다 신경 쓰지 않나. (앨범을) 찍으면서도 찍은 것들이 재고가 되지 않고 팬분들과 소비자분들의 손에 잘 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안에서 더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회사에 일을 맡겼다면 지금은 만들어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뭔가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 활력이 더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한 후 김재중은 내달 20일과 21일 이틀간 장충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고 팬들과 만난다. 그는 “콘서트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존 곡들은 조금 더 어레인지 해서 다른 느낌으로 변형시키려고 한다. 기존 곡들은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들려드리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노래를 처음 들어도 관객분들과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꽤 된다. 그래서 관객들과 함께 노래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서 여러분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예정이다. 공연 시간이 아마 길어지겠죠”라고 귀띔해 기대를 더했다.
김재중은 데뷔 2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원동력을 묻자 “무조건 팬”이라고 즉답했다. 그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팔리지 않는 거니까. 팬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저는 71살까지 (노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범 외에도 최근 김재중은 ‘편스토랑’을 통해 15년만에 지상파 예능에 출연한 데 이어 ‘나쁜 기억 지우개’로 7년만에 드라마 복귀를 알렸으며 주연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이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열심히 무언가 계속 해 왔는데 우연치 않게 결과들이 한시기에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준비했던 것들이 차근차근 나와서 너무 감사하다. 만약 나오지 않았으면 저도 제 안에서 소화가 안 돼서 다음 걸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요즘 드라마나 영화 시장이 사전제작을 많이 해놓고 아웃풋이 없어서 내보낼 수 없는 작품도 많지 않나. 그 와중에 드라마가 나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김재중은 그 동안 국내 활동을 기다렸을 팬들을 향해 “계속 함께 지켜 봐주신 분들부터 이제 갓 팬으로 입문한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 계신다. ‘FLOWER GARDEN’은 20년이라는 숫자의 중요성보다 크고 작은 사랑에 감사함과 중요도를 깨닫고 난 후에 만들어진 첫 앨범이다. 그래서 뭔가 이게 무겁다. 들어가 있는 내용물들 말고도 많은 제 마음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여러분도 이 앨범을 소중히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걸 계기로 저는 또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 21년차지만 올해 데뷔 한 1년차 가수인 것처럼 활동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렇다고 20년이 리셋되는 게 아니라 돌고 돌아서 진짜 나를 찾는 데 20년이 걸렸으니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 새로 시작하지만 묵직함이 있는 첫 앨범이라 생각해주시고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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