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2년을 몸담았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투수 알버트 수아레즈(35·볼티모어 오리올스가)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시대를 열었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맥스 슈어저(40·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수아레즈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치러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볼티모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52승30패(승률 .634)가 된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1위를 수성했다.
수아레즈의 호투가 지배한 경기였다. 이렇다 할 위기 없이 6회까지 무사사구 투구로 텍사스 타선을 잠재웠다. 총 투구수 87개로 최고 시속 96.7마일(155.6km), 평균 95.4마일(153.5km) 포심 패스트볼(55개) 중심으로 체인지업(17개), 커터(10개), 커브(5개)를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슈어저도 5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지만 수아레즈에 막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며 부상 복귀 2경기 만에 시즌 첫 패를 안았다. 4회 콜튼 카우저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선취점을 허용한 슈어저는 5회 1사 2루에서 거너 헨더슨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해 삼성에서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보내던 수아레즈는 8월6일 대구 LG 트윈스전에서 1회 1루 커버를 들어가다 왼쪽 종아리가 약 12cm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회복 기간에 4주가 걸렸고, 당시 탈꼴찌가 시급했던 삼성은 NC 다이노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테일러 와이드너를 영입하며 수아레즈를 방출했다.
지난해 수아레즈의 성적도 19경기(108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3.92로 2022년(30경기 173⅔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2.49)보다 아쉬웠다. 부상이 결정타였지만 첫 해보다 떨어진 성적도 방출의 배경이었다.
그렇게 쓸쓸하게 한국을 떠난 수아레즈가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시작했지만 시범경기 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 로스터에는 들지 못했지만 부상 투수가 발생하자 4월 중순 대체 선발 기회를 얻었고, 불펜을 거쳐 지난달 말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됐다.
올 시즌 17경기(10선발·59⅓이닝) 4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2.43 탈삼진 45개로 활약하며 AL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 선발진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반짝 활약이라 하기에는 벌써 시즌 절반이 지났다. 평균 95마일(152.9km) 힘 있는 포심 패스트볼에 결정구 체인지업이 피안타율 1할대(.167)로 위력적이다.
‘MLB.com’은 이날 경기 후 ‘수아레즈는 슈어저보다 겨우 5살 어리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에 있어선 둘 사이에 훨씬 더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두 투수의 대결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수아레즈가 6이닝 무실점으로 슈어저를 제압하며 볼티모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며 ‘2018년 트리플A, 2019~2021년 일본, 2022~2023년 한국에서 뛰며 6년간 메이저리그에 없었던 수아레즈는 올해 볼티모어에 오기 전 자신을 재창조했다. 빠른 포심 패스트볼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명했다.
수아레즈는 “슈어저는 훌륭한 투수이고, 항상 배울 점이 많다. 내게는 배움의 과정이고, 슈어저 같은 투구가 하는 것을 보면 항상 무언가 배울 수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수아레즈 패스트볼 구위가 살아있었다. 시속 95~96마일(152.9~154.5km)이 많이 나왔고, 좋은 체인지업도 몇 개 던졌다. 커터도 평소보다 더 많이 휘었다. 6이닝 동안 정말 효율적이었고,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이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