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24)가 스틸야드를 찾은 포항스틸러스 팬들에게 '동해안더비' 승리를 선물했다.
포항스틸러스는 30일 오후 6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에서 울산HD를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포항은 10승 7무 3패(승점 37)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이제 2위 울산(승점 38)과는 단 1점 차. 선두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울산은 포항을 잡아내면서 김천(승점 39)을 끌어내리고 다시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였지만, 원정에서 고개를 떨궜다.
K리그1을 대표하는 창과 방패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이날 전까지(19라운드 기준) 포항은 18실점으로 리그 최다 실점, 울산은 37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자랑했다. 이번에는 포항이 자랑하는 '짠물 수비'가 울산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승자가 됐다.
포항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홍윤상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그리고 전반 18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을 만들었다.
울산도 전반 25분 고승범의 멋진 프리킥 데뷔골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포항은 후반에도 울산의 매서운 공세를 잘 막아내며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포항이 스틸야드에서 울산을 잡아낸 건 659일 만이다.
경기 후 이호재는 "그동안 홈에서 승리가 없었다. 동해안더비 울산현대를 상대로 이겨서 너무 기쁘다"라며 밝게 웃었다.
박태하 감독이 이호재에게 주문한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앞에서 (홍)윤상이와 (허)용준이 형이랑 셋이서 만드는 플레이를 주문하신다. 일단 나는 가운데에서 버텨주고 연결해 주는 역할이다. 또 페널티 박스 안에 들어갔을 때 힘을 많이 쓰라고 하신다"라고 설명했다.
박태하 감독은 경기 전부터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좋다며 득점을 예감했다. 믿음에 부응한 이호재는 "훈련하면서도 그렇고 최근 경기에서 공격수들이 계속 골을 넣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 훈련에서도 좋다 보니 경기장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호재는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는 "페널티킥은 공격수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이다. 골키퍼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내 특유의 차는 법에 집중하면서 찼는데 잘 들어갔다"라고 되돌아봤다. 정확한 비결에 대해선 "이건 비밀인데...중계에서 보는 게 그냥 전부인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시즌 초반보다 경기력이 많이 좋아진 이호재다. 그는 "일단 초반보다 기회를 많이 받고 경기를 많이 뛰고 있다.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 때문에 더 열심히 뛰게 된다. 또 공격 포인트도 올리고 있어서 심적으로도 가볍다. 그 덕분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말 오랜만에 안방에서 동해안더비를 승리한 이호재. 그는 "동해안더비는 예전부터 K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다. 나 스스로도 이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하다 보니까 승리가 더 좋다."라며 "최근에 동해안더비를 계속 이기지 못해서 다들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올해 우리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것만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형들과 경기를 뛰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이호재는 "작년엔 잘게 썰어가는 플레이가 많았다. 올해는 조금 더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공격이 많다. 그러면서 슈팅 기회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어떤 선수든 기복이 있는 선수는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격수들도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많이 득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포항 팬들은 전반 18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이 나오자 울산의 대표 응원가 '잘 가세요'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경기 후 박태하 감독은 "머리가 쭈뼛 섰다"라며 팬들에게 경기 중 '잘 가세요'는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득점의 주인공 이호재는 어땠을까. 그는 "난 선수이기 때문에 팬들이 빨리 부르시면 그냥 확실하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라며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내놨다. 충분히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감과 동기부여로 삼아 승리를 쟁취한 이호재와 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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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