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 KT의 경기는 4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우천 노게임이 됐다. 오후 6시26분 우천 중단된 뒤에도 비가 그치지 않았고, 59분을 기다린 끝에 7시25분 노게임이 선언됐다. 4회초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7-1, 6점차 넉넉한 리드를 잡은 삼성에 너무 야속한 장맛비였다.
승리를 놓친 것도 아쉬운데 바로 다음날인 30일 더블헤더가 편성됐다. 양 팀 선발 백정현(삼성), 엄상백(KT)이 ‘우천 노게임’에 각각 3⅓이닝 66구, 3⅔이닝 88구를 던지며 소모된 상황이라 더블헤더 부담이 더욱 컸다. 비를 맞아가며 4회까지 경기를 치른 야수들의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올해 KBO리그에 온 삼성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30)에겐 이런 상황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 맥키넌은 이날 우천 노게임 후 자신의 SNS에 “KBO에 경기 중단 후 속개 규정이 없다는 게 놀랍다”며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비가 내릴 줄 알았더라면 경기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을 했다.
KBO리그는 5회 이전에 경기가 취소되면 노게임으로 끝난다. 그 이전에 세운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 5회 이후 경기가 중단될 경우 콜드게임이 되거나 공격 및 수비 불균형시 서스펜디드 게임이 진행된다. 이날 수원 경기는 5회 이전에 취소됐기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열릴 수 없었다.
이어 맥키넌은 “양 팀 선발투수가 잡은 아웃과 타자들의 안타 모두 빼앗겼다. 이제 24시간 동안 22이닝을 치러야 하는데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 팀 투수의 아웃카운트는 물론 KT 멜 로하스 주니어의 시즌 22호 홈런, 삼성 강민호의 역대 10번째 개인 통산 3400루타 기록도 빗물에 씻겨져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다음날 더블헤더까지 진행됐다. 우천 노게임 4이닝에 더블헤더 1~2차전 18이닝까지 합하면 22이닝을 사실상 24시간 안에 치르게 된 것이다.
오는 11월13일 열리는 WBSC 프리미어12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서 정규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당긴 KBO는 3월 시즌 극초반과 7~8월 혹서기에 금요일·토요일 경기 취소시 다음날 더블헤더를 편성키로 했다. 우천 노게임이 된 경우도 더블헤더의 예외로 두지 않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맥키넌은 “5개의 아웃카운트만 더 잡으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아 실망했다.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주며 응원해주신 라이온즈 팬여러분께 감사하다. 내일 2경기를 치르겠다. 라이온즈 파이팅”이라며 더블헤더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맥키넌 뜻대로 경기가 되지 않았다. 30일 오후 2시 시작된 더블헤더 1차전은 9회 2-2 무승부로 끝났다. 9회초 투아웃에 류지혁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 1차전은 패배를 면한 삼성이지만 2차전에선 8회말 강백호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아 1-2로 지며 연패를 당했다. 2차전이 끝났을 때 시간은 오후 8시32분. 전날 오후 5시부터 27시간32분 동안 양 팀 선수들이 무려 22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그나마 경기를 이기면 피로감이 덜할 텐데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난 삼성의 데미지가 훨씬 커 보인다. 더블헤더 2경기 내내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경기가 계속됐다. 맥키넌은 1차전 3타수 무안타 1타점, 2차전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2경기 5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했지만 시원한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수원 3연전에서 2패1무를 안은 삼성은 LG에 2위 자리를 넘겨주며 3위로 순위가 한 계단 내려앉았다.
설상가상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노게임 처리된 29일 4회 수비에 앞서 교체된 주전 3루수 김영웅이 30일 병원 검진 결과 우측 대퇴직근 미세 손상 소견을 받아 30일 더블헤더를 결장했다. 필승조 투수 김태훈도 더블헤더 1차전 9회말 투구 중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하는 등 투타에서 부상 악재가 터졌다.
한꺼번에 부상자가 나왔는데 우천 노게임에 이은 더블헤더 영향이 완전히 없지 않았다. 삼성으로선 비 때문에 다 잡은 승리를 놓치고, 연패를 당하며 부상자까지 발생한 최악의 3연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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