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목표를 6분까지는 젠지처럼 하자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2라운드 끝날 때까지 6분 이후에도 젠지처럼 하는 팀과 내가 되고 싶다.”
2024시즌은 ‘데프트’ 김혁규에게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선택한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임하는 시즌이었다. 서머 시즌 개막 4연패로 출발한 팀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같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야 하는 베테랑의 입장이지만, 그는 먼저 자신의 본분을 먼저 상기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2년 전 처럼 1세트는 우리가 지면서 시작했지만, 끝날 때는 이기면서 박수를 받아냈다”며 2년 전 ‘2022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으로 우승할 당시를 떠오른 그는 당대 최강 팀으로 꼽히는 젠지를 거울삼아 부족한 자신과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는 지난 달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1라운드 T1과 경기에서 1세트 패배 이후 2, 3세트를 내리 승리하면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신인 ‘퍼펙트’ 이승민이 우직하게 ‘제우스’ 최우제 맞대결을 견뎌내면서 추격의 디딤돌을 쌓았고, ‘표식’ 홍창현이 오브젝트를 완벽하게 장악하면서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로써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한 KT는 2승(4패 득실 -5)째를 올리면서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아울러 이날 '데프트' 김혁규는 29일 T1과의 1세트에서 출전하면서 LCK 사상 두 번째로 800번째 경기(세트 기준)를 치렀다. 비록 해당 세트에서 패하긴 했지만 2, 3세트를 가져가면서 김혁규는 LCK 최다 출전 기록 보유자이자 라이벌인 '페이커' 이상혁을 상대로 최종적으로 웃을 수 있었다.
T1전이 끝나고 만난 ‘데프트’ 김혁규는 자신이 베테랑이라는 것도, LCK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원딜이라는 무게감 대신 새로 시작하겠다는 초심자의 마음이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해야 할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도전자의 자세로 리그에 임하겠다는 마음 가짐을 전했다.
“정규시즌이지만, 입장할 때도 그랬고 (T1의 홈경기)이기에 팬 분들이 계서도 아무래도 좀 차이가 날 줄 알았다. 목소리(응원)의 차이가 클 줄 알았는데, 정말 안 밀리게 응원을 잘 해주셔서 꼭 이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대회 결과도 그렇게 나와서 더 기쁜 승리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으로 역할을 묻자 “사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생각은 크게 없다(웃음)”고 웃으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실질적으로 인게임 안에서 영양가 있는 콜이나 플레이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후배들의 귀감다운 태도를 보였다.
2년 전 롤드컵 우승으로 세계 챔피언이 될 당시가 떠오른다는 질문에 그는 “당시도 1세트를 패하고 상대를 응원하는 함성이 들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끝날 때 우리를 응원하는 함성 소리 밖에 안들렸다”며 환한 웃음으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번 경기의 승리를 만족했다.
김혁규는 우선 목표로 세웠던 ‘젠지처럼 6분을 하자’라는 자신만의 미션 이야기를 하면서 남은 1라운드와 2라운드를 거쳐 정상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재의 절실함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상대의 강함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함도 숨기지 않는 남다른 그만의 각오였다.
“그동안 목표를 개인적으로 세웠다. 최근 젠지가 너무 잘해서 우선 6분까지는 젠지처럼 하면 ‘젠지 빼고는 다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렇게 혼자 목표를 잡고 연습을 해왔다. 이번 경기는 1, 2, 3세트 6분까지는 정말 젠지처럼 잘 한 것 같다. 이제 2라운드 전까지 6분 이후에도 젠지를 이길 수 있는 팀과 본인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