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는 지난달 25일 대전 두산전에서 7회초 조수행의 좌측 파울 지역으로 벗어난 뜬공 타구에 전력 질주를 했다. 잡기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페라자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뛰어들었고, 가속도를 이기지 못해 캐치 후 펜스에 세게 부딪쳤다.
이닝이 끝난 뒤 김경문 한화 감독이 덕아웃에 들어온 페라자에게 다가가 주먹을 부딪치고 어깨를 두드리며 직접 격려했다. 이튿날 김경문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펜스에 부딪치는 어려운 수비를 했다. 감독은 어느 선수든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열심히 하면 고마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페라자는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6회 양우현의 뜬공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펜스와 충돌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됐다. 검진 결과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후유증이 남아있어 5경기 연속 결장한 뒤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9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보름간 서산 재활군에서 회복 시간을 거쳐야 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펜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법도 했지만 페라자에겐 전혀 없어 보였다. 김경문 감독도 “불과 얼마 전에 다쳐서 상당 기간을 쉬었다. 펜스 가까이에 가면 그 생각이 날 텐데 끝까지 플레이해준 것에 나도 굉장히 고마웠다”며 그의 허슬 플레이에 진심을 표했다.
사실 페라자는 가슴 통증으로 쉬는 동안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검진 결과 큰 이상이 없는데 계속 불편함을 느끼며 결장한 것에 대한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았다. 몸이 재산인 외국인 선수가 몸을 사리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페라자에겐 억울한 오해였다. 부상 복귀 후에도 페라자는 공수주에서 변함없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펜스에 다시 부딪친 지난달 25일 두산전에선 4회 3루 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 타구를 치고도 1루에 전력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1루를 밟고 한 바퀴 구르면서 넘어져 왼쪽 발목 살짝 접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루에 나간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페라자는 팀에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큰 선수다. 지난 5월23일 대전 LG전에선 7회 스윙 후 오른쪽 손등에 통증을 느껴 교체된 뒤에는 덕아웃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좌절하기도 했다. 다음 타자 노시환이 홈런을 치고 들어온 뒤에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행히 손등 인대 미세 손상으로 1경기 쉬어가는 것으로 끝났던 페라자는 “아프기도 했지만 내가 팀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부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의 표현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페라자는 올 시즌 62경기 타율 3할1푼6리(237타수 75안타) 16홈런 46타점 46득점 34볼넷 63삼진 출루율 .401 장타율 .591 OPS .992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보다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장타율 3위, OPS 공동 4위로 여전히 팀 내 최고 타격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부상 복귀 후에도 6경기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OPS .923으로 활약 중이다.
외야수로는 대단히 많은 8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수비에서 의욕이 지나쳐 실수할 때도 잦다. 안전하게 잡을 수 있는 타구에 무리하게 달려들다 뒤로 빠뜨리거나 놓치곤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인데 김경문 감독은 좋게 봤다. “소극적으로 하는 것보다 낫다. 야구는 공격적으로 쳐야 하고, 수비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실수도 나오겠지만 그걸 뭐라 하면 (소극적으로) 쉽게 잡으려고만 할 것이다”며 페라자의 적극성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