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저런 타자를 왜 한국에 보냈어. 다시 데려와.”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29)에 대한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숨짓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의 팬들이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1일 맥키넌 관련 뉴스 하나를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우천으로 취소된 KT전을 아쉬워하는 본인의 소셜 미디어 내용을 전한 것이다. ‘짜증 내서 미안. 아웃 5개만 더 따면 이길 수 있었는데, 기회를 뺏기고 말았군. 빗속에서 응원해 준 팬 여러분 고마워요’라는 SNS였다.
흥미로운 것은 기사를 읽은 일본 팬들의 반응이다. 이 기사는 야후 재팬의 스포츠 부문 ‘많이 본 뉴스’에 한동안 상위권에 랭크됐다. 그러면서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SNS에서도 릴레이가 뜨겁다.
‘맥키넌이 (세이부에) 그대로 남았으면 좀 더 전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작년 우리 팀(세이부) 타선의 MVP 아니었나? 1루 수비도 훌륭했고…’ 등의 반응들이다.
가능할 리 없지만, 귀환을 바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돌아와 줘,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어’, ‘우린 지붕이 있잖아. 비 걱정은 안 해도 돼’,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다시 한번 여기서 플레이 하자’ 같은 애절한 염원이 엿보인다.
그리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이부가 못해도 너무 못한다. 1일 현재 23승 47패 1무(승률 0.329)로 퍼시픽리그의 독보적인 꼴찌다. 1위 소프트뱅크와 무려 26게임 차나 벌어졌다. 바로 위 5위 오릭스에도 9.5게임 뒤졌다. 이대로 가면 100패를 넘길 수도 있다. 치욕적인 기록이다.
현역 시절 레전드였던 마쓰이 가즈오 감독은 진작에 물러났다. ‘휴양’이라는 형식이지만, 사퇴 혹은 해임이나 다름없다. 대신 와타나베 히사노부 단장이 대행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이다.
전력 약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외국인 선수 문제다. 지난해 영입했던 맥키넌은 나쁘지 않았다. 127경기에서 15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0.259-0.327-0.401(타율-출루율-장타율)로 OPS는 0.728을 찍었다.
극심한 투고타저의 리그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wRC+(조정득점능력)가 120, WAR(승리기여도)도 2.1로 전체 외국인 타자 중 톱 클래스였다.
그런데 구단의 결정은 교체였다. 대신 헤수스 아길라를 데려왔다. 그리고 이것이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아길라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1일 현재 30게임에서 홈런 2개가 고작이다. 0.204-0.274-0.301(타출장)로 어느 하나 신통한 구석이 없다.
반면 ‘놓친 물고기’ 맥키넌은 싱싱하다. 0.294-0.383-0.768(타출장)로 삼성의 상승세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시즌 초반 보여준 폭발력이 인상적이다. 그때마다 일본 매체들은 그의 활약상을 전한다. 그러면서 세이부의 판단 미스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일부 일본 팬들은 돈 얘기도 꺼낸다. ‘맥키넌 정도면 요구액이 크지 않았을 텐데, 그것도 못 맞춰주냐’는 푸념이다. 혹은 ‘이제 돈 싸움에서 한국에도 밀리냐’ ‘외국인 연봉 상한선이 있는 한국과도 경쟁이 안 되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일본 시절 맥키넌의 연봉은 63만 달러(약 8억 7000만 원)로 알려졌다. 삼성과는 100만 달러(약 13억 8500만 원)에 합의했다. (세이부가 대체자로 영입한 아길라의 연봉은 130만 달러로 전해진다.)
물론 사실 관계는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부침이 있다. 4월까지만 해도 ‘기가 맥키넌(막히는)’이었다. 월간 타율이 0.369나 됐다. 홈런도 3개를 쳤다. 호세 피렐라를 보내고, 대신 택한 것이 잘한 일 같았다.
그런데 이후는 상황이 다르다. 5월에 0.272로 꺾이더니, 6월에는 0.209로 급전직하다. 팬들 사이에는 교체 여론도 흘러나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나아졌다. 10경기에서 31타수 9안타, 0.290의 회복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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