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입단테스트 성공신화가 탄생하는 것일까. LG 트윈스에서 방출된 좌완투수가 KT 위즈로 이적해 반전 스토리를 써내고 있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최근 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롱릴리프 전천후로 활약 중인 성재헌(27)을 언급하며 그의 헌신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육청명 등 어린 투수들은 성장이 더딘데 (성)재헌이는 많이 늘고 있다. 계속 경기를 나가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그런 모습이 보이니까 계속 기용하게 된다. 28일 삼성전에서 성재헌이 없었다면 조이현을 그렇게 빨리 바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성재헌은 성남고-연세대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8라운드 73순위 지명을 받았다. 느린 구속을 정교한 제구력으로 보완한 그는 아마추어 시절 ‘성남고 유희관’으로 불렸고, 프로 입단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차근차근 선발 준비를 하며 류중일 L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성재헌은 데뷔 첫해 1군 무대에 올라 불펜으로 4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15(4⅓이닝 2자책)를 기록했다.
기대와 달리 성재헌은 2020년 9월 4일 NC전을 끝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2020년 9월 10일 입대가 결정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소집해제 이후에도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며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성재헌은 지난해 11월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고 무소속이 됐다.
성재헌은 작년 11월 말 모교 성남고에서 진행된 KT 입단테스트에 참가했다. 조현우의 이른 은퇴로 좌완투수 보강이 절실해진 KT는 성남고에 제춘모 투수코치, 장재중 배터리코치를 파견했고, 두 지도자는 성재헌의 기량에 합격점을 부여했다. KT는 당시 “구속은 높지 않지만 제구와 변화구에 강점이 있다”라며 연봉 3000만 원에 성재헌과 계약했다.
익산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2024시즌을 준비한 성재헌은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이른바 도장깨기에 성공했다. 1군 스프링캠프 단기 연수 격인 ‘빅또리투어’ 참가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생애 첫 해외 캠프이자 1군 캠프를 성사시켰고, 시범경기 호투를 거쳐 개막 엔트리 승선의 꿈을 이뤘다. 3월 24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020년 9월 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1297일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성재헌은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6월 KT의 전천후 마당쇠로 도약했다. 그의 6월 월간 기록은 9경기 평균자책점 3.77로, 14⅓이닝을 소화하며 자책점 6점을 내줬다. KT는 선발 요원들의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개막부터 줄곧 완전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대체 선발들이 일찍 무너질 때마다 성재헌이 등판해 혼란을 수습하고 긴 이닝을 책임졌다.
KT는 지난달 18~2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지난 주말 수원 삼성전까지 4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이 기간 또한 강건, 육청명, 조이현 등 대체 자원들이 투입돼 조기에 무너졌지만, 성재헌이 있었기에 불펜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성재헌은 6월 28일 2⅓이닝 1실점으로 팀의 5-4 역전승 발판을 놓기도 했다.
2일 오전 기준 KT 투수 엔트리의 좌완 불펜 요원은 성재헌이 유일하다. 이 감독은 “성재헌은 우타자, 좌타자를 모두 상대할 수 있다.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도 던지더라”라며 “너무 막 써서 미안하기도 한데 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왼손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활용을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왼손타자가 많은 팀 상대로 중요한 포인트에서 써보려고 한다”라고 성재헌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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