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도 포수 마스크 썼는데…1라운드 유망주 재능까지 꿈틀댄다, KT '포수 왕국' 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7.03 11: 42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몇 년간 주전 포수 장성우를 뒷받침할 백업 포수가 고민거리였다. 확실한 백업 포수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 ‘천재 타자’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포수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떨어지자 이강철 KT 감독은 과감하게 ‘포수 강백호’ 카드를 꺼냈다. 
서울고 시절 포수를 봤던 강백호는 포수로서 어색함이 없었다. 빼어난 블로킹과 송구 능력으로 빠르게 포수로서 능력을 보여줬다. 지명타자와 포수를 넘나들며 장성우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4월부터 이렇게 장성우-강백호 2인 포수 체제가 굳어졌지만 제3의 포수로 유망주 강현우(23)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현우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 7번타자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틀 전 수원 삼성전 더블헤더에 장성우와 강백호가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쓴 가운데 이날은 강현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달 21일 잠실 LG전 이어 시즌 두 번째 선발 포수 출장이었다. 

KT 강현우. 2024.06.21 / jpnews@osen.co.kr

KT 강현우. 2024.06.21 / jpnews@osen.co.kr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강현우가 제대로 움켜쥐었다. 0-2로 뒤진 5회초 1사 1,2루 기회. 강현우는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한화 선발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5구째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139km 스위퍼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1호 마수걸이 홈런. 승부를 3-2로 뒤집는 역전 스리런포로 경기 분위기를 한순간에 완전히 바꿨다. 강현우의 개인 통산 3호 홈런으로 지난해 6월2일 수원 두산전 8회 솔로포 이후 397일 만에 맛본 홈런이었다. 
연장 11회초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까지 쳤다. 황재균의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로 KT가 4-3 리드를 잡은 11회초 1사 3루 찬스. 한화 구원 박상원의 초구 떨어지는 포크볼을 받아쳐 중견수 앞에 빠지는 1타점 적시타로 장식했다. 강현우의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 타이 기록에 최다 타점 경기였다. 
경기 후 강현우는 “(장)성우 선배가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하셔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이 여쭤보고 있다. 홈런 상황에선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달리기가 느리기에 내야 땅볼보다 인플레이 타구로 공을 띄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현우는 11회 쐐기 적시타에 대해 “달아나기 위한 한 점이 필요했기에 이에 맞는 상황적인 타격을 하려고 했다. 유한준 타격코치님께서 타석 직전에 포크볼을 노려보라고 하셨고, 초구부터 포크볼이 들어와 자신 있게 스윙했다. 외야 플라이를 노렸지만 코스 안타가 나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KT 강현우.  2024.06.16 / ksl0919@osen.co.kr
KT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벤자민, 강현우 배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6.21 / jpnews@osen.co.kr
이강철 KT 감독도 강현우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강현우가 3점 홈런을 치면서 경기 균형을 맞췄다. (11회초) 오재일의 출루를 시작으로 황재균, 강현우가 귀중한 안타로 승기를 가져왔다. 강현우가 4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해줬다”면서 강현우의 이름만 무려 3번이나 언급했다. 
지난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T 입단한 강현우는 신인왕 출신 투수 소형준과 같은 유신고 출신으로 입단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첫 시즌 마친 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고, 지난해 1군에서 53경기 경험을 쌓았다. 올해는 강백호의 포수 전환 속에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지만, 지난달 9일 1군 콜업 후 기회를 잡았다. 
아직 10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5볼넷 5삼진 출루율 .524 장타율 .625 OPS 1.149로 인상적인 타격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1일 잠실 LG전 이어 강현우가 선발 포수로 나선 날 KT도 투수진 호투 속에 2전 전승이다. 
1라운드 포수 유망주의 잠재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강현우가 이대로 껍질 깨고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KT는 장성우, 강백호와 함께 포수 왕국을 이룰 수 있다. 강현우는 “작년에는 경기에 나가 어떻게든 잘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는데 부담도 되고, 혼자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선배들께 많이 배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목표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다 타점 기록은 기분 좋지만 오늘 이 한 경기에 자만하지 않겠다. 오랜만의 선발 출장에도 부담을 갖지 않게 해주시고, 오히려 자신감을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KT 강현우. 2024.06.21 / jpnews@osen.co.kr
KT 강현우. 2024.02.02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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