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스퀴즈 번트로 한 번에 3득점을 내며 이겼다. 스퀴즈 번트를 댄 타자가 단번에 홈까디 들어왔다. 보기 드문 ‘3점짜리 스퀴즈’ 주인공은 김경문 감독이 밀고 있는 외야수 장진혁(31)이었다.
장진혁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로 활약하며 한화의 13-5 재역전승에 기여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장진혁은 1-5로 뒤진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이어 요나단 페라자의 우중간 2루타에 홈을 밟으며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4-5로 따라붙은 4회말 1사 1,3루에선 절묘한 스퀴즈 번트 안타로 동점 타점을 냈다. 초구에 댄 번트가 투수 오른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수어사이드 스퀴즈가 아닌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 타구를 본 뒤 스타트를 끊은 3루 주자 이상혁이 빠르게 홈으로 들어왔고, 장진혁도 빠른 발로 1루에서 살았다.
이 과정에서 진귀한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KT 투수 김민수가 1루로 송구했지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신본기가 잡지 못했다. 글러브 맞고 우측으로 굴절된 공을 백업 플레이하기 위해 들어온 우익수 정준영에게 향했다.
그런데 정준영이 한 번에 공을 잡지 못하고 더듬는 사이 1루 주자였던 황영묵이 2~3루를 지나 홈으로 뛰어들었다. 마음이 급했던 정준영의 홈 송구도 애매했다. 포수 앞 숏바운드로 들어갔는데 장성우가 이를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렸다. 높게 튀어오른 공이 백네트 쪽으로 향했는데 투수 김민수도 상황을 지켜보다 홈 백업이 늦었다.
그 사이 2~3루를 지난 타자 주자 장진혁까지 단숨에 홈을 파고들었다. 장진혁의 스퀴즈 번트 안타로 한 번에 3득점이 난 것이다. 장진혁의 기록은 1타점 번트 안타. KT 신본기의 포구 실책, 정준영의 포구 및 송구 실책까지 한 번에 3개의 상대 미스가 연발되면서 보기 드문 ‘번트 스리런’이 완성됐다.
경기 후 장진혁은 이 상황에 대해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였는데 살 수 있겠다 싶어 1루로 열심히 뛰었고, 공이 빠졌다. 3루를 가는 중에 홈 커버가 없는 걸 보고 ‘또 공이 빠지면 홈까지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빠져서 득점까지 했다. 이런 경험은 야구 시작하고 처음이다. 세리머니를 하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며 웃었다. 평소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장진혁이지만 이렇게 보기 드문 번트 스리런에는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팀 승리로 직결된 번트 스리런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장진혁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도 1-5로 뒤지던 경기를 13-5로 재역전승했다. 3연패를 끊고 기분 좋게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후반기 반격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5위 SSG와 격차가 3.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2016년 2차 4라운드 전체 39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우투좌타 외야수 장진혁은 1군에서 적잖은 기회를 받았지만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반기 39경기를 타율 2할5푼2리(111타수 28안타) 3홈런 18타점 26득점 13볼넷 31삼진 출루율 .339 장타율 .369 OPS .708로 마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5월 중순부터 1군에서 선발 기회를 늘렸다. 특히 지난달 김경문 감독 부임 후 25경기 중 22경기를 뛰었다. 그 중 17경기를 선발로 나서며 주전 외야수로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이 장진혁을 테이블세터로 중용하고 있다. 김 감독 부임 후 22경기 타율 2할7푼5리(69타수 19안타) 1홈런 13타점 15득점 3도루 OPS .740으로 시즌 성적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