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문정현(23, KT)의 한마디에 농구대표팀이 웃음바다가 됐다.
안준호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은 5일과 7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일본대표팀과 친선전을 가진다.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둔 일본농구가 홈팬들 앞에서 출정식을 가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이 앞선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NBA에서 뛰는 하치무라 루이(26, LA 레이커스)와 와타나베 유타가 전격 합류했다. 일본프로농구 MVP출신 슈퍼가드 토가시 유키와 가와무라 유키도 위협적이다. 귀화선수 조쉬 호킨슨까지 있다. 호주프로농구 출신 바바 유다이도 출격대기다.
반면 한국은 전력이 떨어졌다. 귀화선수 라건아는 이제 없다. 지난 10년간 골밑을 든든히 지켰던 이승현, 김종규, 이종현, 오세근도 빠졌다. 리딩은 양동근, 김선형, 이대성, 이정현 대신 주장 변준형이 맡게 됐다. 평균연령이 24세로 역대 최연소다. 대학생대표팀보다 불과 한 두살이 많은 셈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젊고 밝아졌다. 최고참? 변준형(28, 상무)을 중심으로 MZ세대들이 뭉쳤다. 특히 작은 이정현, 하윤기, 양재민, 이우석 등 ‘99즈’들이 주축이다. 유소년시절부터 각급 대표팀에서 십년 넘도록 손발을 맞췄던 이들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성인대표팀에서 뛴다.
농구대표팀은 4일 오후 아리아케 아레나 보조경기장에서 최종훈련을 마쳤다. 보조구장임에도 농구코트 2면이 깔려있을 정도로 최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진천선수촌보다 좋은 시설이다. 선수들은 90분에 걸쳐 실전과 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을 마감하는 안준호 감독은 대뜸 “야 여기서 누가 제일 막내야? 무빈이야? 기상이야? 정현이야?”라고 물었다. 2001년 7월 30일생 문정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안 감독은 “야 막내가 한마디 해라”고 판을 깔아줬다.
문정현은 “내일 일본이라는 강팀을 만나지만 하루만큼은 존경심을 버리고 같은 상대로서 코트에서 동등하게 싸웠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문정현은 지난해 미국과 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가 일본대표팀 동료들에게 했던 스피치를 인용한 것이다.
당시 오타니는 “한가지만 말하겠습니다. 동경하지 맙시다. 1루에 골드슈미트가 있고, 외야에는 트라웃과 베츠가 있습니다. 야구를 해봤다면 누구나 들어봄 직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잊읍시다. 동경하면 우리는 그들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합시다”라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오타니는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야구종주국 미국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막내 문정현의 한마디는 형들에게 웃음버튼이었다. 형들은 “야 누가 일본을 존경한다고? 너 일본 존경해?”라며 뒤집어졌다.
문정현은 “기사 쓰지 말아주세요. 영상 지워주세요”라고 기자에게 신신당부했다. 이정현은 “꼭 써주세요”라고 문정현의 입을 막았다.
비슷한 또래들이 모인 대표팀은 전에 볼 수 없었던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과연 NBA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까지 삭제한 한국이 일본을 저격할 수 있을까. 막내의 한마디에 형들의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