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버전의 ‘화수분 야구’가 펼쳐질 수 있을까.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않은, 기회를 받지 않은 유망주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됐고 상무에서 막바지 군 복무 중인 외야수 조세진(21)이 대표주자다. 그리고 팀의 선배들이 밟았던 루트를 그대로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세진은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남부 올스타 소속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2득점 활약을 펼치며 MVP를 거머쥐었다.
2회말 첫 타석 삼진을 당한 조세진은 2-1로 앞서가던 3회말 2사 1,2루 기회에서 북부 올스타 최현석(SSG)을 두들거 우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5-1로 격차를 벌리는 결정적 홈런. 또한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득점까지 성공했다.
조세진은 2022년 입단한 뒤 곧바로 1군 개막 엔트리까지 포함되면서 기대를 모았다. 전준우 이후 명맥이 끊긴 우타 외야수 계보에 조세진이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꾸며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1군 첫 시즌 39경기 타율 1할8푼6리(86타수 16안타) 6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거포 스윙을 보여줬지만 돌아온 것은 88타석 25삼진의 기록이었다.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은 거칠었다.
결국 이듬해 5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군 문제를 해결했다. 구단은 1군 괌 스프링캠프까지 데려가면서 조세진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미 데뷔 시즌 2군에서는 검증을 마쳤다. 2군에서 52경기 타율 3할5푼1리(194타수 68안타) 7홈런 34타점 OPS .973으로 폭격했다. 이 해에도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그리고 두 번째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MVP까지 수상했다. 올해 상무에서는 57경기 타율 2할5푼4리(193타수 49안타) 7홈런 35타점 OPS .784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올해 11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이제 롯데는 또 다른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다. 2008년 전준우, 2022년 나승엽처럼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뒤 1군 주전으로 자리 잡았던 것처럼, 조세진도 이 성장 과정을 그대로 밟아주기를 바랄 것이다.
나승엽은 2022년 상무에서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뒤 올해 주전 1루수로 거듭났다. 또한 드래프트 동기인 윤동희는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전향해 국가대표 외야수로 거듭났고 1차지명 투수 이민석은 1군 투수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서 조세진은 자신과 비슷한 유형인 ‘롤모델’ 전준우를 언급하면서 “좋은 선배 뒷모습을 따라가는 게 내 목표 중 하나다. 선배의 뒤를 하나하나 밟고 가면 좋은 선수가 될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세진의 상무 활약상을 주목하고 전역을 기다리는 팬들을 향해서도 감사 인사와 다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얼른 나가서 잘하고 싶지만 내가 부족한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남은 4개월 나 자신에게 매진해서 성숙하고 훌륭한 선수가 돼 제대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올해 유망주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시즌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나승엽 윤동희 이민석을 비롯해 고승민 황성빈 손성빈 김진욱 등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자리 잡으면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롯데 버전 화수분 야구의 시작이다. 그리고 조세진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 직전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