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지만, 가장 아끼는 시간" 브라질 월드컵 후 10년...홍명보, 다시 대표팀 '소방수'로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08 09: 00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딱 10년. 홍명보 감독이 다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약 5개월 만에 수장을 찾은 한국 축구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아 나섰지만, 오랫동안 난항을 겪었다. 

[OSEN DB]

임시 감독 체제만 두 번을 겪었다. KFA는 연달아 정식 감독 선임에 실패하며 3월 A매치는 황선홍 감독, 6월 A매치는 김도훈 감독에게 맡겼다. 다행히 대표팀은 이 기간 3승 1무를 거두며 무난하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진출했다. 다만 황선홍 감독의 본업인 올림픽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파리 올림픽 본선행이 좌절되는 아픔이 있었다.
지난달 말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이라는 중책을 이어받았고, 유럽을 방문해 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 107 2024.05.12 / foto0307@osen.co.kr
이임생 이사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KFA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금요일(5일) 이임생 이사가 유럽에서 면접 후 귀국했고 직후 홍명보 감독과 만났다. 토요일(6일)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감독직) 수락이 있었고 6일과 7일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라고 알렸다.
아직은 '내정' 단계지만, 사실상 공식발표만 남은 상황. 관계자는 "계약서 서명은 아직이다"라면서도 "'발표해도 된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에 따라 7일 발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사령탑을 내주게 된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KFA와 구단의 협의 단계는 다 거쳤다. KFA는 구단과 교감하고 협의했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 K리그 발전, 이 둘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렸다.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소감을 전하고 있다.  2023.12.04 /cej@osen.co.kr
또 한 번 한국 축구 소방수로 나서는 홍명보 감독이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당시 KFA는 브라질 월드컵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결과는 실패였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시작 전부터 2012 런던 올림픽 멤버를 둘러싼 '의리 논란'에 휩싸였고,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거두며 탈락하고 말았다. 2014년 7월 사퇴한 그의 최종 성적은 5승 4무 10패. 축구팬들의 대대적인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 영웅'이었던 홍명보 감독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그럼에도 그는 2022년 10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마친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 내가 감독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그 역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축구 인생에 있어서 썩 좋지 않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항상 그 시간을 가슴 속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라고 되돌아봤다.
브라질 월드컵으로부터 딱 10년. 홍명보 감독은 고민 끝에 대표팀이 다시 내민 손을 붙잡기로 정했다. 이임생 이사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이며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지휘하기로 했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 001 2024.04.28 / foto0307@osen.co.kr
이번에도 소방수로 등판하게 된 홍명보 감독. 10년 전보다는 상황이 좋다. 월드컵까지는 2년이 남아있다. 브라질 월드컵 때와 달리 최소한 아시아 3차 예선은 직접 팀을 이끌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이 자랑하는 선수단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할 시간이 확보됐다는 뜻. 그의 장점이 발휘된다면 손흥민(토트넘)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대표팀을 '원 팀'으로 잘 묶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정몽규 KFA 회장 역시 이 지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5일 취재진과 만나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은 (새로운 사단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밝혔다. KFA가 홍명보 감독을 최고 적임자로 판단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고 대표팀에 부임하는 정확한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8일 오전 10시 열리는 이임생 이사의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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