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 원에 가까스로 현역을 연장한 ‘천재 유격수’ 김재호(39)는 왜 1군 생활 두 달 만에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경기가 없는 지난 7일 유격수 김재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무슨 이유일까.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후반기 대비 훈련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금 (김)재호에게 기회가 없다. 현재 (유격수 백업이) 김재호, 이유찬, 전민재 등 3명이 있는데 그 3명을 돌릴 방법이 없었다”라고 털어놓으며 “전반기 내내 이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생각했는데 시간은 계속 지나갔고, 기회가 줄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전반기 마치고 선택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호는 38살이었던 지난해 91경기 타율 2할8푼3리 3홈런 29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2년 만에 가을 무대 복귀를 이끌었다. 작년 초만 해도 2023시즌 종료 후 은퇴가 유력해보였지만, 절치부심 끝 회춘에 성공하며 종전 5억 원에서 40% 삭감된 연봉 3억 원에 현역을 연장했다.
김재호는 다른 베테랑 선배들이 그랬듯 1군이 아닌 2군에서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5월 2일 마침내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아 두 달 넘도록 생존했지만, 적은 기회 속 29경기 타율 2할5푼 3타점 6득점을 기록했다. 새롭게 주전 유격수로 도약한 박준영을 비롯해 이유찬, 전민재 등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며 그라운드보다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가 현역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는 김재호를 내려보내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베테랑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나도 베테랑 생활을 해봤지만, 선수생활이 길게 남은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팀 사정 상 내려가서 준비해주는 게 맞다고 봤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이천으로 향하는 김재호에게 따로 건넨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직접 선수에게 내려가서 준비를 잘하고 있으라고 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또 변할지 모르니까 준비를 잘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39세 선수가 마냥 주전으로 계속 뛰는 건 두산이 바라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김재호가 현역으로 있을 때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자리를 차지하는 게 이상적인 리빌딩이라 할 수 있다. 김재호가 38살이었던 지난해에도 포스트 김재호 발굴에 실패한 두산은 올해 비로소 박준영을 비롯해 이유찬, 전민재 등 한층 젊어진 야수들로 내야진을 꾸리고 있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오랫동안 지켰던 자리에 박준영이 들어왔고, 이유찬, 전민재가 지난해보다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만일 그 친구들이 작년처럼 성장을 못했다면 김재호가 또 나가야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이제는 준영이가 유격수 자리에 있어줘야 한다. 지난해와는 다르게 어린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봐도 될 거 같다”라는 시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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