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 유작 '탈출', 100중 추돌부터 시원하게 부순다 [Oh!쎈 리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7.09 10: 03

그럴싸한 이야기로 시원하게 때려박는다. 동물 생체 실험부터 교통사고, 유독가스, 인명 구조 비용에 따른 사회적 갈등, 그리운 배우 고(故) 이선균의 마지막 순간까지. 오랜만에 극장 피서를 부르는 한국식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제공배급 CJ ENM, 제작 CJ ENM·블라드 스튜디오, 약칭 '탈출')는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제 76회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뒤 1년 만에 국내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칸 영화제 초청 당시와 다르게 현재 이선균의 유작이 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선균은 극 중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아 재난 상황에 리더십을 발휘하며 관객을 이끈다. '부산행', '군함도' 등에서 활약한 김수안이 정원의 사춘기 딸 경민으로 이선균과 부녀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아내와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부녀지간이지만 각종 재난 앞에 하나 뿐인 가족임을 깨닫고 뭉치며 감동을 선사한다. 

이들의 재난 극복 '탈출' 여정에 다채로운 인물들이 함께 한다. 렉카 기사 조박 역의 주지훈, 군견 실험을 주도한 매드 사이언티스트 분위기를 풍기는 양 박사 김희원, 답답하지만 현실적인 자매로 서로를 챙기는 박희본과 박주현, 치매에 걸린 아내 예수정의 곁을 지키는 문성근까지. 기시감은 있지만 낯설지 만은 않은 주변 인물들의 구성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속 '재난'이라는 거대한 벽이 단지 정원, 경민 두 부녀 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일깨운다. 
그만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속 재난은 마냥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영화는 비밀리에 의뢰를 받은 군용 목적의 군견 무기화 실험에서 출발하는데, 실제 동물 생체 실험은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다양한 임상실험을 핑계로 자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을 뿐. 
더욱이 영화의 통제 불가능한 군견들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부제에 걸맞은 거대한 핵심 재난이지 전부가 아니다. 영화에서 인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스릴감은 군견들의 탈출을 야기한 100중 추돌 교통사고, 그로 인한 대교 붕괴 위기, 광범위하게 퍼진 유독 가스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도 100중 추돌 사고와 군용 헬기 추락 사고 등 각종 사고 시퀀스의 통쾌함이 압권이다. '때려박는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시원한 타격감을 선사하는 것. 이 사고들을 기점으로 극도로 높아지는 긴장감이 느슨해질 뻔한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공항대교'라는 공간 또한 몰입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인천 공항을 오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거대하고 긴 다리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는다. 누구나 기억하고 지나갔을 법한 일상적인 그 다리 위 공간이 재난 상황과 안전지대를 연결하는 것과 동시에 가르는 기준점이기 때문.
이에 김태곤 감독과 제작진은 단순 CG가 아닌 세트에 아스팔트를 부어가며 실제 공항 대교 위 사고를 구현해 촬영했다. 실제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에서 소품 차량만 300여 대를 동원했다는 귀띔이다. 이로 인해 각종 재난 상황들에 출연진의 몰입감이 남달랐음은 물론. 나아가 관객에게 생존 스릴에 대한 체험적인 감상을 선사한다. 
광견에 가까운 군견들은 실제 개들로 연기할 수 없던 만큼 CG로 구현됐다. 영화 '신과 함께'와 '승리호' VFX를 담당했던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이를 완성했다. 아역 김수안마저 베테랑인 작품 답게 CG인 실험견들을 마주한 상황에 대한 연기 또한 사실적이다. 주지훈은 특히 영화 '비공식작전'에 이어 다시 한번 장말의 망가진 듯한 외양을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떠들고 코믹한 분위기마저 더하는 캐릭터는 극 중 감초 역할을 기능적으로 수행하는 듯 하다. 
이선균이 열연한 정원은 인명 피해를 야기한 재난 상황에도 모시는 대선 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한 정무적 판단을 우선하는 철혈 정치꾼이다. 결코 정의롭거나 정감있다고 볼 수 없는 인물이지만 재난 상황에 딸과 함께 내몰려 생존을 위해 분투하며 변모한다. 더 이상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배우를 향한 그리움이 인물로서의 분투기를 더욱 응원하게 만든다. 
7월 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96분.
/ monamie@osen.co.kr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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