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38년 만에 우승컵을 안겨준 명장이다. 현직 사령탑 중에도 리더 격이다. 12개 구단 감독자 회의 때는 의장 역할을 맡는다. 그런 인물이 요즘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는다. 한신 타이거스의 오카다 아키노부(66) 감독 얘기다.
욕먹는 이유는 ‘격노’ 때문이다. 자주 화를 낸다. 대상은 주로 자기 팀 코치와 선수들이다. 경기가 끝난 뒤, 특히 패배 후에 유독 그런다.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내부적인 질책만이 아니다. 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놓는다.
최근에 문제가 된 장면이 있다. 지난달 말에 야쿠르트전에서 5-6으로 역전패 한 날이었다. 3루 코치의 판단에 대한 질책이었다.
당시 상황은 9회 2사 1루였다. 다음 타자가 펜스를 직격하는 장타를 날렸다. 마침 1루에는 발 빠른 대주자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히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홈까지 돌렸다가, 아웃되고 말았다.
한신에게는 아쉽기 그지없는 패배다. 오카다 감독은 패인으로 3루 코치(후지모토 아쓰시, 46세)의 판만 미스를 꼽았다. “구장 크기가 작은 곳 아닌가. 무리하게 홈까지 돌릴 이유가 없었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또 경기 후반 투수 기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트렸다. “코치가 준비를 시키지 않아서, 쓰고 싶은 투수를 기용하지 못했다”는 푸념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몇몇 야구 평론가 또는 재야의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 대표팀 코치 출신의 평론가 다카기 유타카(65)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여러 가지 말을 하게 되면 코치진의 움직임이 위축된다. 그러다 보면 과감한 시도는 불가능해진다”며 “(홈으로 돌리는 것을) 이걸 책임 문제로 삼으면 두려움을 갖게 되고, 결국 3루 코치를 못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신에서 현역으로 뛰었던 타오 야스시(70)도 “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파울 플라이 때 홈으로 뛰어들지 못했다고 (오카다 감독이) 아쉬워하는 코멘트가 있었다”며 “이런 식이라면 (3루 코치) 후지모토는 입스에 걸릴지 모른다”고 한마디 했다.
소셜 미디어에 나타난 반응은 더 날카롭다. 너무 ‘~탓’을 많이 한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코치 탓, 선수 탓’이 심하다는 말이다. 심지어 ‘이 정도면 파워하라 아닌가’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워하라(パワハラ)는 영어 파워(power)와 괴롭힘을 뜻하는 해러스먼트(harassment)를 합친 말이다. ‘주로 직장 내에서 직위를 이용한 갑질, 갈굼’ 같은 의미다.
물론 오카다 감독을 지지하는 여론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곳은 프로의 세계다. 각자 맡은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다.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감독이란 스스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정에 치우치면 곤란하다. 내부의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가감 없이 지적하고, 질책하는 게 마땅하다.’ 같은 댓글과 SNS의 의견도 많다.
사실 오카다 감독의 캐릭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본래 깐깐하고, 직설적이다.
다만, 우승을 일군 지난해는 조금 달랐다. 간접화법이 크게 화제가 되며,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아레(アレ)’라는 대명사였다. ‘저것’이라는 뜻이다. 방언의 느낌을 살리면 ‘거시기’ 정도일 것이다. (아레는 2023년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됐다.)
‘우승’이라는 단어를 금기어로 정했다. 들뜨지 말고, 끝까지 신중하자는 의도였다. 쉽게 말하면 설레발 금지다. 코치 한 명이 무심코 입에 올렸다가, 혼쭐이 났다. 그때부터 ‘우승’ 대신 ‘아레’라는 말로 두근거림을 참아야 했다.
어쩌면 일본 야구계는 우리보다 더 보수적이다. 감독의 역할과 카리스마에 대한 열망이 더 깊다. 그런데도 오카다의 입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9일 현재 센트럴리그는 4팀이 선두권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요미우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한신, 히로시마, 요코하마 등이 1게임차 이내로 추격 중이다.)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