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졌다. 음악방송이 시작된 이래 가수들이 출연료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가수들이 연이어 출연료를 지적하고 있다. 아무래도 소속사와 방송사 간의 관계 등의 이유로 이를 언급하는 걸 조심스러워 했는데, 오랜 연차의 가수들이 하나 둘 얘기하면서 음악방송 출연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희철은 지난 9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슈퍼주니어로 큰 인기를 끌었을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스케줄을 소화했다면서 “난 그렇게까지는 못 살겠더라. 그 때는 유튜브도 없고 종편도 없고 3사 PD가 왕이었다. 드라이 리허설 때 분명히 매니저가 나 대신 리허설을 하기로 다 약속이 돼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PD가 ‘희철이는 왜 안나오냐. 우리 방송국 안 좋아하나 보다’ 그러면 바로 거기 가야 된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상황에서도 방송을 소화했다는 김희철은 “‘‘어디 연예인이 아프다고 쉬어?’ 이거다. 그래서 요새 아이돌 후배분들 보면서 아프다고 활동 중단하고 쉬지 않나. 나는 그런 시스템이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너무 잘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땐 그런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이런 집을 산거 아니냐”는 장성규의 말에 김희철은 “솔직히 20대 때 번 돈이 거의 없다. 음악 방송은 다 마이너스고. 우리 인원이 몇 명인데. 예능 100개 나가면 100만 원 받았을 거다. 이건 SM에서 정산을 안 해주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 당시 방송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답했다. 김희철은 “본격적으로 돈을 벌게 된 건 JTBC ‘아는 형님’ 출연 이후”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씨앤블루 이정신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집대성’에서 직접 사비를 들여 'ALL' 라이브 무대를 꾸며 음악방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성은 “얼마나 들었냐”라며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정신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음악 방송가면 출연료가 5만 원이지 않냐. 거마비도 안 된다. 밥 값도 안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듣던 대성 역시 “맞다. 김밥천국 시키면 끝난다. 사실 홍보 때문에 나가는 것”이라고 공감했고, 이정신은 “그런데 라이브 하면 기본 3천 이상이었다. 한 회당”이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음악방송 실태에 대해 폭로한 것은 이정신 뿐만이 아니다. 슈퍼주니어의 은혁, 소녀시대의 태연, 그룹 빅톤 출신의 도한세도 마찬가지. 태연도 유튜브 채널 ‘동해물과 백두은혁’을 통해 ‘투엑스(To. X)’ 활동 당시 음악방송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태연은 “음악방송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며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새벽 시간에 노래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 조금 배려가 없지 않나. 힘든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은혁 역시 공감하며 “제작비의 어떤 환경, 또 여러 가수들 다 사녹(사전녹화)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다”고 말했고, 태연은 “결론만 놓고 봤을 때 더 좋은 무대를 못 보여준다는 게 아쉬워서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서 더 좋은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며 재차 음악방송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후 은혁은 지난달에도 “음악방송 출연료가 거의 없다. 기름값이나 밥값 수준이다”며 “음악방송을 하려면 의상비, 스태프 인건비 등이 들어서 마이너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방 출연료를 인상해달라”라고 소신발언을 하기도 했다.
도한세는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음방 너무 좋다. 근데 너무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 어릴 때보던 2세대 선배님들처럼 음방 나가서 홍보효과가 엄청난 것도 아니고 음방 1주 돌면 1000만원이 든다. 요즘은 올랐나 모르겠는데 나 때는 음방 출연료 한 팀당 5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다 컴백하려면 멋있어야 되니까 세트 짓고 이러면 플러스 알파다. 헤메비 스타일링비 현장 스태프들 식비, 간식비, 음료비 등 하면 2000만 원도 든다”라며 "그거 다 아이돌한테 달리는 빚이다. 그러니까 어지간한 팀은 안되는 게임이다. 음방 1주, 2주 돌 거 뮤비 하나 더 멋있게 가능하다. 그런데 그렇게라도 홍보해야 되니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방송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누리꾼들은 “이 정도까지 열악했나”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 최근 가수들이 연이어 음악방송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소신발언이 음악방송 시스템 개선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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