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탈출', '이선균 유작' 타이틀 부담? 난 그저 배우일 뿐"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7.10 14: 51

주지훈이 영화 '탈출'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배우 주지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지훈은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을 연기한 가운데, "영화는 칸에서 봤는데, 재미있게 봤다. 오락영화가 재미있으면 된거 아닌가. 되게 빠르게 지나가서, 너무나 재미있게 봤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주지훈은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저는 항상 기획 의도가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제가 말하듯이, 이건 팝콘 영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작품을 계속해 왔는데, 그 시기에 관객들과 팝콘 무비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저도 워낙에 편하게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라며 "극 중 조박이 기능적인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제가 그걸 좋아하기도 한다. 제가 취향이 없는 인간이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책이나 작품에서 좋아하는 장르가 있을 텐데, 그걸 가리지 않아서 그런지 거부감이라는 게 없었다. 그냥 저는 그 순간의 그게 재미있게 와닿으면 큰 고민은 안 하는 거 같다"라고 떠올렸다.
캐릭터 연기를 위한 노력도 전했다. 그는 "저는 항상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배우였다. 덱스터가 김용화 감독님과 '신과함께'를 했었다 보니, 어떻게 일을 하는지, 시스템을 제가 알고 있지 않나. 어떤 감독님들은 동시 녹음이라고 하는, 현장감에 목숨을 거는 분이 계시고, 덱스트는 애니메이션 하듯이, 호흡부터 해서 성우들이 녹음 하듯이 후시녹음을 하는 편이다. 후시가 하루 종일 해서 영화 한 편에 5일씩 하기도 한다"라며 "그렇게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 현장에서는 거침없이 연기를 했다. 그러고 후시 할 땐 톤을 완전 다 바꿨다. 저는 관객들에게 숨을 쉬게 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이었다. 공포감이라던가, 무거운 감정이 여러 캐릭터가 맡지 않나. 저는 더 즐겁게, 라이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제가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장에서는 충실히 연기를 하고 만족했는데, 막상 편집하고 봤더니, 재난 물이라. 무거움이 있는데, 제가 그걸 벗어나서 널뛰고 있더라. 물론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 안 한다. 다만 후시를 할 수 있어서 두 톤 정도 낮췄다. 제 캐릭터를 잃지 않으면서 톤을 맞추려고 되게 오래 녹음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외적인 콘셉트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주지훈은 "제가 대본을 보고 느낀 조 박은, 이기적인 느낌이었다. 타인보다는 자신이 우선인 친구지만, 생활력은 있지 않나. 렉카 운전도 하고 주유소 생활도 하고, 슈킹도 하고. 그리고 나이대를 고려했을 때, 제가 어릴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주유소에서 일하는 형들의 이미지가 떠오르더라. 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고, 세상과의 동화보다는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형들의 이미지를 떠올렸다"라며 "그렇게 나름대로 레퍼런스를 찾아서 보여드렸는데, 감독님이 ‘너무 파격적 아닌가?’라고 고민하시더라. 예상과 여유가 되시면, 나는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다 피팅을 해보자고 했다. 이후 감독님이 원하는 가발과 피팅을 다 해봤다. 재미있는 건, 지금 영화에서 있는 모습을 하고 나왔더니 ‘이거야!’ 하더니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가셨다. 정말 즐거웠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또 저는 선입견이라는 게, 나쁘다 생각 안 한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선입견을 잘 활용해야 하면 되는 거다. 저라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어쩔 수 없이 있나 보다. 의상팀도 처음에는 의상을 가져왔을 때 지금보다는 훨씬 더 패셔너블한 걸 가져왔었다. 저도 모델을 했으니, 제가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어서 ‘이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라며 "너무 멋있다기보단, 이 캐릭터에 내가 원하는 인사이트가 안 맞을 거 같더라. 너무 트렌디해 보이기도 하고. 주유소의 브랜드를 물어보니 알뜰주유소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 작업복을 가져와서 입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촬영 비하인드도 들을 수 있었다. 극 중 귀여운 반려견 '조디'와 함께 호흡을 맞춘 주지훈은 "원래 개와의 소통을 어려워하지는 않는다. 제가 개띠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래도 확실히 말이 안 통하니까 어렵다. 그런데도, 굳이 예전과 비교하자면, 반려인들이 1,400만 정도 된다고 하더라. 제가 느낀 건, 프로그램도 많고, 훈련도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거 같다. 강아지들이 훈련도 잘되어있고, 인권처럼 견권도 좋아져서. 그 친구들 대우가 배우보다 낫더라. 노동시간이 굉장히 짧다. 얘가 답답할까 봐 사전에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은 인형을 만들어놨었다. 제가 (조디를) 안고 뛰거나 할 때는 거의 다 인형이다. 그런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웃었다.
트렁크에 몸을 구겨 넣은 장면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너무 놀랐다. 여름 블록버스터를 찍으면서, 그걸 CG로 해주지 않는다니"라고 토로하며 "장난치지 말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진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짧은 장면인데, 그 안에 있는데 조명 바꾼다고 해서 기다려야 하지, 개한테 미안하지. 양반다리도 조금만 하고 있어도 아픈데, 그거 100배였다. 어깨 부서지는 줄 알았다. 힘들었다. 그 와중에 헬기를 바라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실제로 보면 시야가 카메라에 안 담기는 거다. 눈 되게 치켜뜨면 뇌가 정말 아픈 거 아시지 않냐. 고충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액션은 합을 맞추면 되는데, 이건 통증이 실제로 오는 거다. 액션은 힘이 들지 아프지 않지 않나. 근데 이거는, 어디 매달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제가 몸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데. 또 보실 때는 편해 보이지만, 리얼로는 몸을 꼬아야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나. 고개 돌리기도 힘들어서 연기하기가 힘들었다"라며 "현장이 규모도 크고, 거기에 있는 모든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의 피로도가 있는데, 여기서 제가 ‘못 하겠다 잘라라’ 하면 5~6시간 날아가지 않나. 그래서 차마 말을 못 하겠더라. 제가 호기롭게 하겠다고 말을 뱉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책임은 져야 하고. 그냥 했다. 참, 사람이 체면이 뭔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고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탈출'은 고 이선균의 유작으로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고 있는 상황. 주지훈은 이선균에 대해  "(이선균과) 성향 취향들이 비슷하다. 선균이 형도 술 좋아하고, 저도 좋아한다. 촬영 끝나고 배우마다 스타일이 있다. 혼자 시간을 가지는 스타일도 있기 마련인데, 희원이 형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영화의 규모가 있다 보니 촬영 세팅 시간이 길다. 준비 시간에 각자 방에 가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서로 모여서 이야기했다"라며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주지훈은 "그렇게 2~3명씩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다들 일과 퇴근이 잘 나뉘지 않는 인간들이다. 앉아서 밥도 먹고 술도 먹으면서 내일 연기는 어떻게 할까,를 하루도 안 빠지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렇게 실제로 결이 잘 맞았다 보니 화면 내에서도 잘 보이지 않았나 싶다"라며 "선균이 형이 저보다 더 디테일하다. 비슷하면서 다른 거다. 저는 상황이 그렇게 되면, ‘편집이 이렇게 들어가겠지?’, ‘극적 허용이 들어가도 상관없겠다’라는 성향이고, 선균이 형은 ‘이렇게 되면 말이 안 되잖아!’하는 타입이라. 저는 ‘그냥 넘어가도 될 거 같은데?’하고 바라보는 처지였다. 나와 직업이 같은 배우인데, 나와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배우들 끼리도 서로 배우고, 관찰하고 그런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나에게 없는 점을 흡수하고 싶지 않나"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이선균 유작'이라는 타이틀로 인한 영화 개봉 부담감에 대해서는 "개봉 소감이 남다르진 않다. 모든 영화는 항상 개봉하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까. 늘 소중하고, 그런 마음이다. 좋은 동료, 좋은 선배, 좋은 배우여서, 그저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라며 "저는 그저 참여한 배우다. 저는 열심히 홍보하고, 영화 속에 재미있는 부분이 많으니, 그걸 관객분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작품 밖, 주지훈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최근 영화업계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데, 뭔가 알이 깨어나서, 새로운 것이 자라는 시기인 것 같다. OTT 서비스가 시작되고, 코로나가 왔고, 생활양식이 바뀌고, 역사의 흐름 아닌가. 그게 익숙해지면서, 저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 기준이 서로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희끼리 이야기도 많이 한다. (영화 개봉) 부담도, 엄청나다. 요즘에 누가 영화를 찍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예산 규모를 듣고 ‘그렇게 큰 영화를 해?’한다. 그만큼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현실적으로 경기도 안 좋으니까"라고 털어놨다.
이어 "좋고 나쁘기보단 개인의 바람이지만, 저는 관대한 시선들이 좀 있을 때 문화 예술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점은 다를 수도 있다. 조금 더 날카로운 시선일 때 깊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연출가 작가로서 한 색깔만 가지고 밀어내가는 직업이 아니라, 저는 배우이고, 여러 장르와 세계관에 저를 흡수시켜야 하는 일이다. 물론 현재 제가 폭풍의 눈에 있지만, 열심히 할 뿐이다. 저는 영화도, 드라마도, OTT 작품도 찍고 있는데, 현 상황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업계를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지만, 한쪽(OTT)으로 힘이 몰리는 것에 있어서 내가 일조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한다. 하지만 답이 없는 문제다. 역사의 흐름 아닌가. 문화 예술인이 어떻게 해서 이게 바뀐 게 아니지 않으니까. 그냥 그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끝으로 흥행 예상에 관해서 묻자 "아시겠지만, 이제는 흥행에 대해서 아무도 알 수 없다. 예전엔 어느 정도 흥행 공식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흐름이 너무 빠르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의 생활 양식 같은 것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게 굳이 영화가 아니라, 너무 당연히 생각했던 것들이 다 바뀌고 있지 않나. 결혼이나 출산도 당연하게 여기던 세대였는데, 그것도 그렇고, 모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라며 "물론 흥행은, 되길 바란다. 한국 영화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가 다 박살 났기 때문에, 신점이라도 보러 가야 하나 싶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영화 '탈출'은 오는 12일 전국 극장을 통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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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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