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분위기가 장마 빗줄기와 함께 씻겨나간 것일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후반기 출발이 좋지 않다. 기껏 줄인 승패마진이 다시 늘어났다. 여차하면 다시 꼴찌로 추락할 수 있다.
롯데는 지난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4-5로 패했다. SSG와의 후반기 첫 3연전을 1승2패 루징시리즈로 마무리 지었다. 시즌 성적은 36승44패3무가 됐다.
6월까지 5연승을 달렸고 승패마진 -5까지 줄였던 롯데. 하지만 후반기 첫 시리즈 루징시리즈는 물론 7월을 1승4패로 시작하게 됐다.
이날 롯데는 전반기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에이스 애런 윌커슨이 다시 무너졌다. 5이닝 10피안타(2피홈런)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던 4일 잠실 두산전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4실점(3자책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패전의 멍에를 썼다.
타선은 SSG 선발 드류 앤더슨의 위력적인 구위에 7회 2사까지 틀어막혔다. 앤더슨에게만 삼진 10개를 당했다. 7회 2사 후 노진혁의 2타점 적시타로 만회점을 얻으며 첫 득점에 겨우 성공했다. 9회에는 전준우의 솔로포, 노진혁의 적시타 등으로 추격했지만 1사 1,2루에서 박승욱 이정훈이 각각 삼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1점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후반기 출발이 좋지 않다. 이미 롯데는 개막 첫 한 달 동안 극심한 부조화로 고전했다. 전반기 시작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롯데는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5월부터 6월까지 롯데는 타선의 대폭발로 반전을 일궜다.
4월까지 8승21패1무에 머물렀다. 하지만 5~6월 27승19패2무로 성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 기간 팀 타율 2할9푼7리에 팀 OPS .821의 불같은 타선이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한때 -14까지 뒤처졌던 승패마진을 -5까지 줄였다. 꼴찌에서 5강 경쟁 가시권에 들어섰다. -5까지 줄이는 과정도 험난했기에 대반전의 분위기가 너무 소중했고 이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전반기 막판 우천취소와 올스타 휴식기를 거치면서 선수단이 어수선해졌다. 타선의 화력이 잠잠해지면서 빈약했던 투수진의 민낯이 드러났다. 일시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상황이었다. 이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반기의 악몽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후반기마저 팀 전체가 슬로우스타터가 된다면 5~6월의 대반격의 흐름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롯데는 좌완 에이스 찰리 반즈가 내전근 부상에서 돌아와 10일 인천 SSG전 6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후반기 첫 승을 이끌었다. 또한 불펜진의 전미르와 최준용도 2군에서 휴식과 재정비를 하면서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내야수 손호영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해 다음 주부터 실전 재활에 돌입한다.
후반기 전망은 희망적이다. 하지만 초반부터 페이스를 놓치게 되면 모두가 의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그동안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역대급 순위경쟁이 펼쳐지면서 여차하면 다시 꼴찌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하위 키움과 승차는 불과 1경기에 불과하다. 5위 SSG와 승차는 다시 4경기다.
선수단을 다잡기 위해 김태형 감독도 칼을 빼들고 있다. 11일 경기 3회 에레디아의 중전안타 타구를 뒤로 빠뜨리며 3루타로 위기를 자초한 중견수 황성빈을 곧장 교체했다. 선수단에 이 교체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 다시금 집중력을 되찾고 그라운드에서 투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롯데는 12일부터 사직 홈으로 돌아와 7위 KT와 3연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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