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이 늘 보장됐던 입대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FA로 합류한 김상수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주전이 되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내야수 듀오 심우준, 권동진은 오는 15일 대망의 전역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1월 군에 입대해 18개월의 이른바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두 선수 모두 현역이 아닌 상무로 입대하는 행운을 안으며 1년 7개월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줄곧 실전 경기를 치렀다.
경기고를 나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특별 14순위로 위즈맨이 된 심우준은 KT의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시즌 연속 주전 유격수를 담당했다. 2021시즌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 6홈런 활약과 함께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22시즌 또한 안정적인 공수 활약으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심우준은 입대 전 KT 내야의 대체불가 자원이었다.
심우준은 상무 첫해 64경기 타율 2할1푼3리(160타수 34안타) 1홈런 24타점 8도루에 그쳤지만, 올해 44경기 타율 2할8푼7리(129타수 37안타) 2홈런 13타점 14도루로 기록을 업그레이드 했다.
심우준의 경우 202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으나 군 입대 문제로 권리 행사를 잠시 보류했다. 그는 올해 잔여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스토브리그에서 FA 대박을 노릴 수 있다.
권동진은 세광고-원광대를 나와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위즈의 2차 1라운드 5순위 지명을 받은 대졸 기대주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첫해부터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뒤를 이를 재목으로 주목받았고, 정규시즌에서 86경기 타율 2할5푼4리 1홈런 6타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며 데뷔 첫해 우승반지를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1군에서 134경기를 뛴 권동진은 상무 첫해 52경기 타율 2할4푼4리(127타수 31안타) 1홈런 18타점에 이어 올해 14경기 타율 2할5푼(52타수 13안타) 3타점을 남겼다. 올해 3월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지만, 현재는 상태를 회복해 공격, 수비 모두 정상 출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권동진은 지난 주말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해 전역을 앞둔 설렘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수원에서 두 선수의 전역 소식을 접한 이강철 감독은 “팀에 합류해서 경기하는 걸 직접 봐야겠지만, 발이 빠른 멀티 내야수 2명이 돌아온다는 건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그 동안 내야수 출신 대주자가 없었는데 폭넓게 뎁스를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주전 기용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둘 다 내야 한 자리에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두 선수가 온다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얼마나 오르겠나. 수비, 주루에서 운영이 편해질 뿐 좋은 백업 선수가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라고 냉정한 시선을 드러냈다.
KT는 심우준의 입대와 함께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왕조 유격수’ 출신 김상수와 4년 총액 29억 원에 FA 계약했다. 그리고 김상수는 KT에서의 두 번째 해를 맞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2년차인 올해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와 함께 69경기 타율 2할5푼5리 4홈런 27타점을 기록 중이다. 심우준은 당분간 김상수의 백업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진짜 고민은 박경수가 은퇴를 앞둔 2루수 포지션이다. 올해 초반 천성호가 혜성 같이 등장해 한때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급격한 페이스 저하 및 불안한 수비로 익산행을 통보받았다. 사실 그래서 수비가 되는 권동진의 전역을 기다린 건데 최근 오윤석이 2루에서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또한 신예 내야수 박민석이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1군에 콜업된 상태다. 신본기, 장준원, 이호연 등 백업 자원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어 심우준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불가피하다.
과거 주전이었던 자원을 백업으로 분류한 이강철 감독. 군에서 돌아오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대 전의 입지를 되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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