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은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 7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3타점의 활약을 펼쳤다. 팀은 4-5로 패했지만 끝까지 추격하는 분위기를 만든 타점들을 올린 게 바로 노진혁이었다.
이날 SSG 선발 드류 앤더슨에게 삼진 10개를 당하며 틀어막혔던 롯데 타선은 7회가 되어서야 기회를 잡았다. 롯데는 0-5로 끌려가던 7회 2사 만루를 만들었고 노진혁이 두 번째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2-5로 추격했다. 9회초에는 전준우의 솔로포로 3-5를 만들었고 계속된 1사 1,2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 4-5까지 추격했다.
이후 동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노진혁이 모처럼 활약하면서 타선에 활기를 띠게 했다. 2022시즌이 끝나고 FA로 롯데와 4년 50억원의 계약을 맺고 이적하면서 올해 2년차 시즌을 맞이했는데, 이제서야 시즌 첫 멀티 히트와 첫 3타점 경기를 만들었다. 시동이 늦게 걸려도 너무 늦게 걸리고 있다.
사실 노진혁은 지난해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FA 성공작’으로 평가 받을 만 했다. 6월 중순까지 클러치 능력을 과시하면서 타선에 힘을 보탰고 고질적인 문제였던 유격수 자리도 안정적으로 책임졌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 노진혁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 및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후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결국 113경기 타율 2할5푼7리(334타수 86안타) 4홈런 51타점 OPS .724의 성적에 그쳤다.
2017년 후반 상무에서 전역한 이후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었다. NC 다이노스 시절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심심치 않게 때려냈고 OPS도 .8 안팎의 성적을 기록했던 노진혁의 생산력은 FA 첫 해 뚝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는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 슬럼프가 이어지더니 그대로 반등하지 못했다. 1군보다 2군에 머문 기간이 더 많았다. 김태형 감독 역시 노진혁에게 기회를 주고 반등을 이끌어보려고 했지만 노진혁은 몇 안되는 기회조차 살리지 못했다. 올해 33경기 출장해 타율 1할8푼6리(70타수 13안타) 9타점 OPS .492의 성적에 그치고 있다. 2군에만 3차례 내려갔다 왔고 1군 등록일수는 58일에 불과하다.
노진혁의 원래 자리였던 주전 유격수에는 현재 박승욱이 자리 잡았다. 여러 선수를 테스트해본 김태형 감독은 박승욱이 공수에서 안정적으로 활약하자 주전 유격수로 줄곧 내세우고 있다. 노진혁은 이제 유격수가 아닌 3루수 자리에서 좀 더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진혁 역시 유격수 고집은 없다.
당장 ‘트레이드 복덩이’였던 손호영이 이적 이후 30경기 연속 안타 등으로 공수 맹활약을 했지만 이적 이후에만 벌써 햄스트링으로 두 차례나 전열을 이탈했다. 현재도 재활 중이고 당장 다음 주부터 2군 실전을 치른다. 그러나 LG 시절부터 부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선수였는데, 롯데에서도 ‘건강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 선수가 됐다. 손호영을 감히 ‘상수’로 생각할 수 없는 실정.
노진혁이 3루수 자리에서 좀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시점에서 고정 3루수를 투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손호영 정훈 그리고 노진혁까지 몸 상태와 컨디션이 괜찮은 선수들을 투입하는 게 베스트다.
노진혁의 3루수 경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NC 시절에도 3루수 출장 경험이 적지 않다. 2018년 70경기(57선발) 467이닝, 2019년 52경기(31선발) 301이닝, 2020년 17경기(4선발) 46⅓이닝, 2021년 37경기(35선발) 451⅓이닝, 2022년 59경기(57선발) 465⅓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뒤늦은 기지개지만 반갑다. 이제라도 깨어나서 활약을 해준다면 팀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난 자리가 티가 나지 않았던 노진혁이었지만 이제는 베테랑으로서, 그리고 클러치 능력을 갖춘 내야수로서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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