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쏘아 올린 신호탄으로 단막극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단막극. 드라마의 한 부류로 일반드라마보다 짧은 드라마를 말한다. 짧게는 1회, 보통은 2회, 많게는 4회 분량으로 이뤄지는 단막극은 TV 방소 초기 주류를 이룬 포맷이었으나 연속극이 시작되고 인기를 끌면서 점점 편성에서 밀려나면서 과거의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단막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건 KBS 드라마 스페셜과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이름을 바꾼 tvN O'PENing 정도. 하지만 지난 5일, 6일 2부작으로 방송된 MBC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단막극의 가치와 필요성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옹화마을 카사노바 견 '백구'의 중성화 수술을 앞장섰던 이장이 하루아침에 정관수술을 하게 되면서 졸지에 '백구'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좌충우돌 휴먼 코미디 드라마. 2023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에서 단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일찍이 인정 받았다. 예능 작가 출신 노예리 작가와 MBC 신예 김영재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정상훈, 전혜빈, 이중옥, 이지훈 등이 합류했다.
자극적 소재가 많은 요즘 드라마와 달리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정겨운 이야기에 코믹한 요소를 적절히 녹여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농촌 시트콤’을 만들어냈다. 시청률은 1회 3.4%, 2회 3.3%(이상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2부작 단막극이라는 포맷 특성으로 보면 유의미한 기록이다.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단막극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2부작이라는 분량 속에 유쾌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으로 긴 여운을 남기며 ‘가성비’를 선사했다. 신선한 소재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라는 삼박자가 더해지니 입소문이 나는 건 당연했다.
이처럼 단막극은 드라마계 스타트업처럼 형식과 소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꼭 필요한 포맷이다. 신인 감독과 작가에게 실패를 해도 일어설 수 있고,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부분과 함께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연기에 도전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특히 드라마계 스타트업 ‘단막극’을 통해 수많은 스타 작가와 감독, 배우들이 탄생했다. ‘SKY캐슬’을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2001년 KBS 극본 공모 최우수상 수상작 ‘오후 3시의 사랑’을 비롯한 20편의 단막극을 썼고, KBS2 ‘동백꽃 필 무렵’으로 히트를 친 임상춘 작가도 단막극으로 데뷔 했다. 또한 이준기, 하지원, 공효진, 박보검, 박신혜, 박소담, 조여정, 최수종, 손현주 등이 단막극을 거쳐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시청자들 곁에 단막극은 은은히 함께 하고 있다. KBS는 매년 드라마 스페셜로 10편 가량의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으며, tvN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드라마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단막극 연작 프로그램을 선보인 뒤 지금은 이름을 O'PENin으로 바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먼저 O'PENing이 찾아온다. ‘덕후의 딸’,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아들이 죽었다’, ‘수령인’, ‘고물상 미란이’, ‘아름다운 우리 여름’ 등 총 7편의 작품이 오는 15일부터 차례대로 안방을 찾아간다. KBS 드라마 스페셜은 매년 10월쯤 시작되는 만큼 올해는 어떤 새로운 작품들이 찾아올지 기대된다.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쏘아 올린 단막극의 가치. 그 가치가 재조명된 만큼 단막극의 부흥을 기대해본다. /elnino8919@osen.co.kr
[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