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5선발이 LG 트윈스에 있다. 8년 차 좌완 투수 손주영(26)이 유망주 꼬리표를 뗴고 ‘최강 5선발’로 폭풍 성장했다.
손주영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LG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4연패로 흔들리던 LG를 구한 연패 스토퍼가 5선발 손주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연패 중이라 경기 초반 흐름이 중요했는데 1회 시작부터 2득점 지원을 받은 손주영은 1회부터 공 8개로 삼자범퇴하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회에는 안치홍과 채은성을 각각 몸쪽 낮은 커브, 바깥쪽 높은 직구로 연속 헛스윙 삼진 이끌어내며 기세를 높였다. 3회 2사까지 퍼펙트로 스타트가 좋았다.
3회 2사 후 이도윤과 이원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황영묵을 3루 땅볼 유도하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4회에도 1사 후 안치홍에게 우측 2루타를 맞았지만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 김태연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김태연은 손주영의 6구째 몸쪽 직구를 파울로 만들었지만 7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에 타이밍을 빼앗겼다.
5회 삼자범퇴로 정리한 손주영은 6회 이원석, 황영묵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손주영의 위기 관리 능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강타자 요나단 페라자와 안치홍에게 연이어 초구 스트라이크 잡고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뒤 각각 중견수 뜬공, 3루 땅볼을 처리했다. 채은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가 됐지만 김태연을 3루 땅볼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총 투구수 99개로 스트라이크 69개, 볼 30개. 191cm 장신 좌완으로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1km, 평균 147km까지 측정된 힘 있는 직구(42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28개), 커브(16개), 포크볼(13개) 등 변화구도 고르게 섞어 던졌다.
경기 후 손주영은 “팀이 연패 중이라 조금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내가 6~7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면 분위기가 반전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욕심을 갖고 던졌는데 잘됐다”며 “전반기를 마친 뒤 보완해야 할 점들을 메모하며 준비를 잘했다. 전반기 막판에 뜨는 볼이 많았는데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오면서 괜찮아졌다. 카운트 싸움도 빠르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볼넷을 1개만 내주며 들쑥날쑥하던 제구가 잘 잡혔다.
손주영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86이닝) 6승5패 평균자책점 3.56 탈삼진 68개. 규정이닝에는 모자라지만 80이닝 이상 던진 투수 23명 중 평균자책점 6위에 퀄리티 스타트 5번으로 투구 내용이 좋다. 무엇보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5선발 중 가장 많은 86이닝을 소화한 게 크다. 임찬규, 최원태가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한 6월에 손주영이 선발진을 지키면서 LG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이제는 5선발 수식어를 떼도 이상하지 않지만 손주영은 무척 겸손했다. “아직 아닌 것 같다. (임)찬규형, (최)원태형은 1000이닝 이상 넘긴 경험이 많은 투수들이고, 궁금할 걸 많이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다. 내가 평균 이닝도 가장 낮고, 볼넷도 많고, 피안타율도 높다. 형들 같은 경험이 없지만 운이 좋아서 평균자책점이 낮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이 전반기 MVP로 마무리 유영찬과 함께 손주영을 꼽을 정도로 그의 기여도는 인상적이다. 손주영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다. 4월에 안 좋았을 때도 꾸준히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 같다. 더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경남고 출신 좌완 손주영은 지난 2017년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현역으로 군입대했고, 2021년 후반기 선발로 기회를 받아 데뷔 첫 승도 신고했지만 2022년 4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이탈했다. 1년 넘게 재활을 거쳐 지난해 후반기 복귀했고, 좋은 구위를 뽐내며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우승 반지도 손에 넣었다.
어느새 입단 8년째가 된 올해 5선발로 기회를 잡아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손주영은 “트랙맨 평균 구속이 시속 146~147km로 많이 올라왔고, 커브와 슬라이더도 좋아졌다. 포크볼도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카운트를 잡을 때 쓰면서 범타가 나오기도 한다. 구종이 다양해졌다”고 스스로 발전된 부분을 짚으며 “첫 풀타임이지만 아직 지치는 건 없다. 손가락 물집이 잡힌 적은 있어도 투구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다. 남은 경기를 볼 때 10승은 못할 것 같아 10승 욕심은 없다. 최대한 점수 안 주고 빨리빨리 막아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내년에는 최강 4선발이 되고, 이런 식으로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