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두산 베어스의 선발야구를 찾습니다.’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1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선발투수들의 잇따른 조기 강판을 상당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 감독은 “아주 걱정이다”라고 운을 떼며 “후반기 3경기를 했는데 전부 3~4회밖에 던져주지 못했다. 많이 아쉽다. 선발투수들에게 항상 선두타자 볼넷을 줄이자고 요구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투수들이 요즘 들어 부쩍 볼이 많아진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불펜이 빨리 투입되면서 과부하가 일어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두산은 후반기 첫 경기였던 9일 우천 취소 이후 10일부터 김민규, 김유성, 곽빈, 시라카와 케이쇼가 차례로 선발 등판해 모두 조기 교체됐다. 김민규가 2⅓이닝 5실점, 김유성이 2이닝 1실점으로 성장통을 겪었고, 주말 3연전을 맞아 믿었던 곽빈(3⅓이닝 6실점 5자책)과 새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3⅔이닝 4실점 2자책)마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충격 강판됐다.
두산은 4경기 연속 선발 붕괴를 벌떼야구로 커버하며 간신히 2승 2패를 거뒀다. 2위 삼성 라이온즈에 승률에서 1리 뒤진 3위에서 줄곧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산의 2위 경쟁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투수 세부지표에서 하나둘씩 경고등이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불펜 소화 이닝은 386⅔이닝으로, 리그 압도적 1위다. 2위 삼성(345이닝)과의 격차가 41⅔이닝에 달한다. 반대로 선발진의 평균자책점(5.13), 이닝(428이닝), 팀 퀄리티스타트(29회)는 나란히 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로 기록을 좁히면 리그 9위(4회)로 순위가 더 떨어진다.
두산은 올해 이병헌, 최지강, 김택연으로 이어지는 젊고 막강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외국인투수 듀오의 부진과 방출, 4, 5선발의 잇따른 부진에도 두산은 2위 싸움에 참전 중이다. 세 선수는 이승엽 감독이 꼽은 전반기 MVP이기도 한 터.
세 선수는 최근 선발투수의 연이은 조기 강판으로 소화 이닝 및 연투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3연투의 이병헌은 48경기 42⅓이닝, 최지강은 45경기 41⅓이닝, 루키 김택연은 40경기 41이닝을 소화 중이다. 이 가운데 이병헌은 팔꿈치 수술 이력이 있고, 김택연은 고교 3학년 시절 혹사 논란으로 두산 입단 후 특별 케어를 받아왔던 선수다. 두산도 이를 인지하고 체력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나 선발이 지금처럼 무너진다면 이들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다.
두산은 어느덧 시즌 91경기를 치렀다. 이제 시즌 종료까지 53경기가 남았는데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뒷문이 아무리 어려졌다 하더라도 1승과 1패가 1승과 1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8월 말과 9월 이들의 체력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은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아야만 두산이 목표로 한 5위보다 높은 순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 새 외국인 듀오 조던 발라조빅-시라카와가 빠르게 적응을 마치고, 곽빈, 최원준이 기복을 줄이는 게 급선무이며, 브랜든 와델이 부상에서 돌아와 알칸타라가 떠나 공석이 된 1선발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
이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끌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발투수들은 많으면 5일, 적으면 4일을 쉬기 때문에 한 경기에서 집중해서 던질 필요가 있다. 불펜진이 뒤에서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뒤 투수들을 믿고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 부었으면 좋겠다. 제구력이 안 좋은 투수는 길게 쓸 수가 없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다만 14일 경기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데뷔전에 나서는 발라조빅이 미국에서 줄곧 불펜 임무를 수행하며 이날 최대 60구 정도의 투구수가 예상된다. 두산은 발라조빅이 빠른 승부로 최소 4이닝 동안 60구를 던져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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