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무려 14년을 뛰었고, 삼성 라이온즈에서도 어느덧 7년째를 맞이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다. 10구단 가운데 상위 2개 팀만이 밟을 수 있는 가을 최대 축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는 것이다.
강민호(39·삼성)는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2차전에 4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1득점 활약으로 팀의 6-2 역전승을 이끌었다.
경기의 승부처는 강민호가 주연으로 우뚝 선 7회초였다. 1-2로 뒤진 가운데 선두타자 류지혁이 안타, 대타 안주형이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김헌곤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강승호의 점핑 캐치에 막혔지만, 이재현이 빗맞은 행운의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 벤치는 구자욱을 자동고의4구로 내보내며 강민호와의 승부를 택했다. 그러나 이는 패착이었다. 강민호가 등장과 함께 두산 이영하의 초구 몸쪽 낮은 슬라이더(138km)를 제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 좌월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한 것이다. 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이틀 만에 시즌 8번째 홈런을 신고,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강민호는 “전반기에 못한 걸 후반기에 만회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두산이 당연히 (구자욱이 아닌) 나와 승부할 줄 알았다. 대기 타석에서 이진영 코치님이 변화구를 생각할 거면 몸쪽 가깝게 오는 걸 노리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최근 감이 좋아서 그런지 초구부터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휘둘렀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홈런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39세 강민호의 7월 월간 타율은 5할(28타수 14안타)에 달한다. 특히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 무려 타율 7할(10타수 7안타) 2홈런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단독 2위 수성을 이끌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나는 단순히 유니폼을 입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다. 생존을 해야 하는 위치다. 기량이 떨어지면 옷을 벗어야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 초반에 조금 부진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다보면 또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못 칠 때 어린 선수들이 쳐줬고, 이제 어린 선수들이 조금 지칠 때 내가 승리에 보탬이 되는 타점을 올려서 기분이 좋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통산 327홈런의 강민호는 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KBO리그 통산 홈런 톱10에 진입할 수 있다. 현재 최정, 이승엽, 최형우, 박병호, 이대호, 양준혁, 장종훈, 이호준, 이범호, 심정수가 톱10에 위치해 있는데 포수 포지션은 강민호가 유일하다.
강민호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오래 하다 보니까 톱10에 들어가는 기록이 많아지는 거 같다. 물론 잘한 것도 있지만 건강하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강민호의 프로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것이다. 2004년 롯데 2차 3라운드 17순위로 프로에 입성해 롯데에서 17년을 보냈고, 삼성에서 7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한국시리즈는 그에게 늘 꿈의 무대였다.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한 번 맡아보고 싶다. 한국시리즈에는 기자님들이 되게 많이 온다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팀이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다. 승리를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시리즈에 가보고 싶다. 프로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냄새로도 한 번 맡아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간절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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