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에 목적을 두고 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28)는 2023시즌 3할 유격수였다.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소화하며 3할2리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의 우승 유격수 오지환과 더불어 리그 최고의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루왕까지 올랐으니 말 그대로 공수주 3박자를 갖춘 간판유격수로 발돋음했다.
그런데 출루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타자이다. 역대 최고 출루율이 작년 3할5푼1리였다. 워낙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타자인지라 공이 보이면 방망이를 내민다. 안타 보다는 범타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출루율을 높이려면 볼넷을 많이 골라야 하는데 당연히 수치가 적다. 그대로 낮은 출루율에 나타난다.
작년 출루율 1위 LG 홍창기(.444)는 88개의 볼넷을 얻어냈으나 박찬호는 절반 정도인 40개였다. 올해도 홍창기는 400타석에서 68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 1위(.434)를 달리고 있다. 박찬호는 360타석에서 26개를 골랐다. 출루율 3할5푼1리는 리그 48번째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도 "출루율이 낮아 리드오프로 기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요즘 타석에서 달라졌다. 출루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주말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변화가 뚜렷했다. 13일 경기에서 9번타자로 출전해 5회와 6회 볼넷을 골랐다. 공교롭게도 두 개의 볼넷은 5회 4득점, 5회 5득점의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3회 첫 타석 우월 2루타를 포함하면 3출루 기록이었다.
14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2번 유격수로 출전해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해 만루기회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3회는 2타점 우월 2루타를 날리더니 7회는 1사1루에서 가벼운 컨택스윙으로 1루주자 등으로 보내는 안타로 역전 3득점의 발판을 놓았고 자신도 동점득점을 했다. 특히 8회는 1사1루에서 또 볼넷을 얻어 7득점의 길을 열었다. 2안타 2타점 3득점 4출루의 활약이었다. 13-4로 대승을 거두었다.
2경기에서 4개의 볼넷을 얻었고 모두 7출루에 성공했다. 박찬호의 출루는 상대 배터리에게는 부담이다.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고 단타 하나에 3루까지 진출할 수 있다. 도루를 하지 않더라도 볼배합과 투구 밸런스에 영향을 미쳐 다음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더욱이 선구안과 커트 능력으로 상대를 괴롭힌다면 투구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서 박찬호의 출루는 중요하다. 2번이든 9번이든 출루한다면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으로 바로 연결이 된다는 점에서 빅이닝을 자주 나올 수 있다. 지난 2경기에서 박찬호의 볼넷 출루는 모두 빅이닝의 결과를 가져왔다. 박찬호의 출루에 대한 대오 각성은 팀 타선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14일 경기후 "오늘 볼넷 2개를 골라내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돼서 만족스럽다. 5안타 경기보다 오늘 처럼 출루를 많이 하면서 경기를 임했던 점이 더 좋다. 최근 경기에서 출루에 목적을 두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상대 투수가 잘 던진 공을 골라내면서 볼넷을 나갔던 것이 의미가 컸다. 남은 경기도 오늘 같은 모습으로 준비를 하겠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