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과연 신하균의 무엇이 진구를 안달나게 하는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7.15 10: 08

[OSEN=김재동 객원기자] “믿음을 이용한 죄가 얼마나 큰 지 최선을 다해 보여주겠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극본 최민호, 연출 권영일) 4회 말미에 신차일(신하균 분)이 대학 후배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횡령범 유미경(홍수현 분)에게 전한 말이다.
신차일에게 횡령범은 사람의 믿음을 배신해 남의 인생을 갉아먹는 쥐새끼에 다름 아니다. JU건설 감사팀장 지원 이유도 “쥐새끼를 잡고 싶어서”였다. 특히 건설사에서의 배임·횡령은 부실공사-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중차대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평범한 건축학도 신차일이 쥐잡기 감사에 인생을 건 이유도 무너진 공사 현장에서 아버지를 잃은 개인사 때문으로 보인다.

첫 에피소드인 타워크레인 전도사건도 JU건설 서길표(김홍파 분) 전무의 배임·횡령으로 인한 예정된 인재였다. “아저씨는 좀 해먹어도 돼. 아버지도 눈 감아 줬어.”라며 뒤를 봐주려던 황대웅(진구 분) 부사장과의 악연도 시작됐다.
“두 가지 선택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전혀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는 거고 둘째는 인정하고 사과하는 겁니다. 첫째를 선택하시면 부사장님이 노트북 태우는 CCTV를 공개하겠습니다.”
2화에서 서길표(김홍파 분) 전무 특별감사에 나선 신차일(신하균 분)이 부사장 황대웅(진구 분)에게 건넨 말이다. 겁주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다만 각오하란 의미는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결국 임원진과 주주들을 상대로 황대웅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첫 만남부터 “저거 눈까리가 왜 저래?”할만큼 꼬롬했던 신차일이 끝내 황대웅을 물 먹여 버린 것이다.
신차일과 황대웅의 2라운드는 JU건설이 사회공헌사업일환으로 진행하는 나눔주택정비사업에서 시작됐다. 조합장 오창식(박완규 분)이 조합비 34억원을 인출해 잠적한 사건이다.
신차일은 인출을 승인해 준 주택사업부 부장 유미경(홍수현 분)과 전남편 강명철(이신기 분), 그리고 조합장 오창식(박완규 분) 사이의 유착 관계와 횡령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검거된 오창식에겐 돈이 없다. 오창식이 숨겨둔 돈을 강명철이 훔쳐갔고 유미경은 플로리다 지사로 출국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사장 황세웅(정문성 분)은 유미경의 감사권을 황대웅에게 넘겨버린다. 성의 표시 없는 황세웅에 열받은 건설부 차관이 JU건설을 타깃으로 특별점검을 계획했고 그럴 경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해지는 상황. 거기에 나눔주택정비사업의 뒷감당도 오롯이 JU건설 몫이 되게 생긴 상황에서 황대웅은 해결을 조건으로 감사실 직권을 넘겨 받았다.
“유미경 부장, 플로리다 지사 전출. 끝! 회사가 손해를 볼 순 없잖아?”라는 게 황대웅의 결정이다. 이럴 경우 사건은 조합장 오창식의 배임 횡령으로 종결되고 손해는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는다.
유미경의 전남편 강명철이 감사팀장으로 재직 중인 더명건설에서도 같은 사기가 벌어졌었고 당시 강명철의 회사도 손해를 의식해 조합장 개인비리로 덮고 넘어갔던 모양이다. 강명철과 유미경은 검증된 방법을 JU건설을 대상으로 시도해 본 셈이다.
하지만 횡령범 유미경을 떠나보낼 수 없는 신차일은 황대웅 면전에서 구한수(이정하 분)에게 수단방법 가리지말고 유미경을 붙잡으라고 지시하고 황대웅은 항명을 이유로 “신차일이, 넌 해고야!”라며 박수를 보낸다.
유미경과 오창식의 대질 신문은 황대웅이 붙여둔 변호사에 설득당한 오창식이 단독범행임을 주장함으로써 소득 없이 끝나고“해고당했는데 왜 설치냐?”는 황대웅의 전화에 신차일은 해고에 필요한 서면절차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이어 변호사를 보내 형량감량과 적당한 돈으로 조합장을 매수, 직원이 주도한 횡령을 조합장 단독범행으로 만든 황대웅을 감사하겠다며, 다만 유미경의 플로리다 전출을 보류해주면 감사는 없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황대웅은 사표와 34억을 신차일이 책임진다면 유미경의 전출을 취소하겠다며 3일의 시간을 준다.
그 34억은 일련번호가 순차적으로 되어있는, 관봉(官封) 상태로 출금된 돈. 세탁이 필요하다. 강명철의 세탁방법을 추적하던 신차일은 구한수가 현장에서 듣고 온 인부 일당 현금 지급 얘기를 듣고 더명건설 재무부서의 누군가가 강명철이 제공한 관봉 돈을 일당으로 지급하고 더명의 자금을 강명철에게 전해주는 식으로 돈세탁이 이루어졌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강명철의 휴대폰에서 마주쳤던 이름 이연지 과장을 공모자로 특정한다. 두 사람은 내연관계였다.
신차일은 유미경을 설득해 돈세탁방식을 알아내고 돈이 여전히 강명철 수중에 있다는 증언도 확보하지만 격투 끝에 잡은 강명철에게도 돈은 없었다. 그리고 공항 장기주차 차량 트렁크에 돈을 숨겨둔 채 플로리다로 출국하려는 유미경을 잡는데 성공한다.
신차일을 치워버리려던 황대웅의 시도는 또 한 번 좌절됐다. 보고하는 신차일에게 황대웅이 묻는다. “너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냐?” 신차일이 답한다. “그런 적 없습니다.” 확실히 신차일은 황대웅을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것일 뿐이다. 다만 진실을 밝히면 그 진실이 황대웅을 괴롭힐 뿐이다.
한편 나눔주택정비사업 대상지는 마침 윤서진(조아람 분)과 그 어머니 이미진(김비비 분)의 옛집이 있었던 곳이었다. 윤서진으로부터 재개발 사기 소식을 전해 들은 이미진은 “거기 계속 살았으면 우리도 당했겠네. 대웅이가 집 안해줬으면”이라며 윤서진을 ‘꼬맹이’라 부르는 황대웅과의 인연 일부를 드러냈다.
이미진-윤서진 모녀에게 황대웅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미진에게 “새로 온 감사팀장이 나 감봉 3개월 먹였어” 할 때 황대웅의 얼굴엔 재밌다는 웃음이 맴돌았다. 윤서진이 황대웅의 퇴근길을 막고 “조합원들 돈 찾는 일 저도 도왔어요.” 했을 땐 대견하다는 미소와 함께 “잘했다. 직원이 팀장 도와야지.”라며 칭찬도 했다. 다만 “삼촌은 왜 돈을 못찾게 한 거예요?” 물었을 땐 “저녁 먹었어? 삼촌이 김치볶음밥 해줄까?”라며 말을 돌렸다.
윤서진은 ‘삼촌’ 황대웅에 경도돼 감사팀원들의 믿음을 배신한 것이 못내 불편했고 황대웅은 항상 의지해온 윤서진의 믿음에 적당한 답을 내놓을 수 없어 난감한 채다.
건설부 차관한테 황대웅은 말했었다. “저는 요즘 세상이 좀 슬픕니다. 정이 너무 없잖습니까. 무슨 밥 한 번 먹는 것도 눈치를 봐야 되고.. 일을 잘 하려면 서로 통해야 하는데 친해질 수가 없는데 어떻게 통하겠습니까?”
신차일에게도 말했었다. “독불장군, 유아독존, 돈키호테.. 내가 젤 싫어하는 새끼들야. 그냥 흘러 가는 대로 줄지어 가는 대로 사는 게 우리 약속 아냐?”
황대웅은 그렇게 관례를 좋아한다. 이상하게 여겨야 마땅한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 관례에 익숙한 인물이다.
그에 반해 신차일은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예는 차리는데 머뭇거리지 않는다. 도에 지나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말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무례한 분위기다.
황대웅을 안달나게 하는 것은 과연 신차일의 무례일까? 아니면 그 무례가 대변하는 간사하지 않은 성정일까?
대부분의 일은 적절한 의욕만 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친분이 있더라도 맹목적으로 믿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단 한 사람. 어쩌면 황대웅을 안달나게 하는 것은 신차일이 변화시킬 세상에 대한 기대감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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