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는 ‘범바오’ 김범석(20)이다. 지난 4월 중순 1군 콜업 후 거포 유망주로서 타격 재능을 뽐내며 LG 타선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지명타자, 포수, 1루수를 넘나들면서 5월까지 32경기 타율 2할9푼8리(94타수 28안타) 5홈런 19타점 OPS .844로 활약했다.
그러나 6월 이후 11경기 타율 2할3푼1리(26타수 6안타) 무홈런 3타점 OPS .608로 타격 페이스가 꺾였고,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아졌다.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6월 이후 팀의 26경기 중 15경기를 결장했다.
지난 2일 고척 키움전에 7번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한 뒤 교체된 김범석은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다. 12일까지 열흘간 퓨처스리그 5경기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 1홈런 8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열흘의 시간이 흘러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부터 김범석의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했다. 후반기 시작부터 타선 침체 속에 4연패를 당하며 4위로 떨어졌던 LG로선 타석에서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김범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염경엽 LG 감독은 김범석을 서둘러 1군에 올리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조금 더 보겠다. 정해놓은 날짜는 없다. 1군에선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2군에선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더 많이 뛰면서 경기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수 박동원, 1루수 오스틴 딘, 지명타자 김현수가 있는 상황에서 김범석이 고정적으로 뛸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 타격감이 좋을 때라면 대타로도 쓰임새가 있겠지만 감이 떨어진 상황에선 1군에 두는 게 선수 성장에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염 감독은 “지금 범석이는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1군에선 경기에 나갔다 안 나갔다 해야 하는데 젊은 선수는 1년에 기본적으로 350타석 이상 나가야 성장이 된다. 1~2군 양쪽을 다 경험하며 타석 경험을 쌓는 게 성장에 효율적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범석은 올해 1군 43경기 134타석, 2군 15경기 62타석으로 총 58경기 196타석을 소화했다.
이어 염 감독은 “선수는 그냥 안 키워진다. 어떻게 키울지 매뉴얼이 서있어야 한다. 1군에 데리고 있는 게 다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범석이에게 성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지금 시기에 범석이가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경기를 계속 뛰는 것이다. 그래야 빠른 시간 안에 LG 트윈스 성적을 이끄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1군에 있는 것만이 선수 육성의 능사는 아니다. 젊은 선수에겐 꾸준한 경기 출장이 최고의 성장의 발판이다. 장기적으로 김범석을 포수로 키울 계획인 LG인 만큼 타격만 보고 계속 1군에 데리고 있을 순 없었다. 김범석은 2군에 내려간 뒤 7경기 중 4경기를 선발 포수로 뛰었다.
염 감독은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범석이가 주전 포수를 해야 한다. (박)동원이 FA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동원이를 우리가 또 잡더라도 범석이의 포수 비중이 올라가면 팀에 훨씬 더 플러스가 된다. 그때가 되면 동원이도 나이를 더 먹을 텐데 일주일에 2~3경기만 포수로 뛰어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때까지 내가 팀에 있든 없든 LG를 위해 해줘야 할 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범석은 13~14일 퓨처스리그 두산전에도 홈런 포함 2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2군에 내려간 뒤 퓨처스리그 7경기 타율 3할4푼6리(26타수 9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맹폭을 했다. 염 감독도 조만간 2군에서 올라올 자원 중 한 명으로 김범석을 꼽았다. 공수에서 경기 감각을 다시 끌어올린 만큼 머지않아 1군의 부름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