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어도 펀치 날렸다"...황희찬 '충격' 인종차별, 동료·감독·기자 다 분노→"포덴스 퇴장? 비난할 생각 없어"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17 06: 00

황희찬(28, 울버햄튼)이 또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충격적인 사건에 팀 동료와 현지 지역 기자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울버햄튼 지역지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16일(한국시간) "울버햄튼의 연습 경기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얼룩졌다. 다니엘 포덴스는 코모 1907과 경기 도중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듣고 상대 수비수를 주먹으로 때려 퇴장당했다"라고 보도했다.
울버햄튼은 이날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전지훈련 도중 코모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코모는 이탈리아 세리에 A 승격팀으로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감독을 맡고 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해 경기 중단을 거부했지만, 동료들과 감독, 현지 기자 모두 분노했다. 다니엘 포덴스는 주먹을 날려 퇴장당했고, 네이선 유다 기자는 본인이라도 그랬을 거라며 옹호했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해 경기 중단을 거부했지만, 동료들과 감독, 현지 기자 모두 분노했다. 다니엘 포덴스는 주먹을 날려 퇴장당했고, 네이선 유다 기자는 본인이라도 그랬을 거라며 옹호했다.

황희찬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다. 문제는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3분 발생했다. 상대 수비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은 것. 이를 들은 동료 포덴스는 곧바로 주먹을 휘두를 정도로 격분했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양 팀 선수들이 모여들어 충돌하는 모습. 황희찬은 팀을 먼저 생각해 경기 중단을 거부했지만, 동료 다니엘 포덴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려 퇴장당했다.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양 팀 선수들이 함께 모였고, 포덴스가 코모 수비수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 그는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 사건은 황희찬이 코모 선수를 인종차별적 학대로 고발한 뒤 울버햄튼 동료들이 격분하면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 선수들과 코치들은 몇 분간 논의를 나눴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의심스러운 가운데 황희찬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던 황희찬은 프리시즌 연습 경기가 계속되길 원한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닐 감독은 매체를 통해 "황희찬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우리는 모두 한데 모였고, 그는 분명히 화가 났다. 우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황희찬을 위로하고 지지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포덴스가 퇴장당했는데 너무 지나치긴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이를 들은 뒤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려 퇴장당하는 다니엘 포덴스의 모습.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해 경기 중단을 거부했다.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을 칭찬하며 인종차별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울버햄튼은 이번 사건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각오다. 울버햄튼 구단은 "오닐 감독은 코모와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이야기한 뒤 황희찬이 팀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전 중반 황희찬이 이 사건을 보고했고, 팀 동료들은 분노했다. 포덴스는 퇴장당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절대로 이의제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구단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오닐 감독은 구단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차니(황희찬 애칭)는 정말 실망스러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난 그에게 이야기했고, 교체를 원하는지 혹은 팀 전체를 떠나게 할지 확인했다. 차니는 팀이 계속 뛰면서 필요한 훈련을 하길 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우리가 얘기해야 한다는 것,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정말 실망스럽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황희찬의 남다른 멘탈도 칭찬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물론 정말 실망했다. 이해한다. 그가 어려운 순간에 팀을 먼저 생각하고 경기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는 프리시즌 투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매우 모욕적인 일을 당했음에도 동료들이 뛰길 원했다. 차니는 괜찮을 거다. 우리는 전폭적 지원을 보낼 것이다. 아침에 그가 괜찮은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닐 감독은 '원 팀'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함께하는 그룹이다. 물론 처리하는 방법도 있고, 우리가 경기장에서 숫자가 부족해지고 싶진 않다. 하지만 함께하는 팀이다. 이상적으로는 경기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논의하고 대응해야 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네이선 유다 기자(좌)와 리암 킨 기자(우). 유다 기자는 본인이었더라도 주먹을 날렸을 것이라며 다니엘 포덴스를 옹호했다.
직접 주먹까지 날린 포덴스와 단호하게 비판한 오닐 감독. 여기에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 소속 네이선 유다 기자도 황희찬이 당한 일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직접 현장에서 사건을 지켜본 유다는 "2024년에도 여전히 인종차별 '의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역겹다. 판단의 몫은 황희찬에게 달려있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한 농담이라거나 오해였다는 변명을 꼬집는 말로 해석된다.
심지어 자신도 포덴스처럼 주먹질을 참지 못했을 거라고 덧붙였다. 유다는 "포덴스는 수비수를 때린 뒤 사과했다. 난 그를 비난하지 않겠다. 나도 같은 입장이었다면 비슷한 일을 했을 거라고 감히 말씀드리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2년 전에도 포르투갈 2부리그 파렌세 관중들에게 '눈 찢는' 인종차별을 당한 적 있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2년 전에도 포르투갈 2부리그 파렌세 관중들에게 '눈 찢는' 인종차별을 당한 적 있다.
황희찬이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고 인종차별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년 전에도 프리시즌 경기 도중 포르투갈 2부 리그 SC 파렌세 관중들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 당시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하자 관중들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인 눈을 찢는 동작을 취했다.
이를 본 황희찬과 동료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울버햄튼 구단도 공식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 동료들과 후배들,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황희찬의 부탁이 무색하게도 2년 만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황희찬은 다시 한번 인종차별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지난달엔 또 다른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 손흥민도 인종차별을 피하지 못했다. 심지어 팀 동료가 뱉은 말이었다. 토트넘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사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나쁜 농담'이었다며 두 차례 사과하긴 했으나 끝까지 변명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사진] 프랑스 마르세유 이적을 원하고 있는 황희찬. 하지만 울버햄튼은 마르세유가 제시한 2000만 유로(약 302억 원)를 단칼에 거절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몸값으로 3000만 파운드(약 539억 원)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희찬은 올여름 울버햄튼과 작별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이적을 원하고 있기 때문.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황희찬은 마르세유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 그는 소속팀에 마르세유행을 원한다는 뜻을 알렸다. 마르세유는 아직 울버햄튼과 협상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마르세유 역시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 황희찬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보드진에서 만장 일치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적료다. 울버햄튼도 지난 시즌 리그 12골 3도움을 터트린 황희찬을 놓아줄 이유가 없다. 매체에 따르면 마르세유는 이적료로 2000만 유로(약 302억 원)를 제시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더 많은 이적료를 요구하며 거부했다. 구단 간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몸값으로 3000만 파운드(약 539억 원)를 불렀다. 마르세유가 제시한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 울버햄튼으로선 황희찬과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아있기에 급할 것이 없다. 영국 언론에서는 울버햄튼이 황희찬을 판매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황희찬이 마르세유 유니폼을 입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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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울버햄튼, 풋 메르카토, 네이선 유다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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