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씬을 독차지하던 아역들이 훌쩍 자란 모습들로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김수안 그리고 박소이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김수안은 최근 개봉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약칭 '탈출')에서 배우 고(故) 이선균이 연기한 정원의 딸 경민 역을 맡아 활약했다.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커녕 정치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빠의 모습에 복잡한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극 초반 답답할 정도로 극 중 아빠 이선균과 대립하다가 결국 아빠를 살리기 위해 용기를 내는 김수안의 성장은 예상 가능하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 김수안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연니버스'로 호평받은 연상호 감독의 천만 영화 '부산행'에서다. '부산행'에서 이름처럼 수안 역을 맡았던 그는 배우 공유가 연기한 석우의 딸로 등장해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살아남았다. 공유의 품에 안겨 겁에 질렸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 사춘기 소녀로 이선균을 구하기 위해 외줄을 타는 모습이 격세지감을 선사했다.
또 다른 아역 박소이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 연출 조현착, 약칭 '히아만')에서 배우 장기용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복귀주의 딸 복이나 역으로 등장했다. 복이나 역시 사춘기 소녀로 눈을 마주치면 속마음을 알아내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가족들에게 숨기고 사는 사연을 간직했다. 전작들에서 유독 맑은 눈으로 호평받아온 박소이인 만큼 때로는 아이 같고 때로는 심연 같은 눈동자를 극도로 클로즈업해 선보이는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실제 박소이는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은 초등학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아역 배우 생활을 시작하며 나이를 넘나드는 연기를 소화하는 상황. SBS 드라마 '악귀'에서의 짧은 등장은 물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의 활약 등 나이를 잊은 필모그래피를 쌓는 중이다. 물론 그의 강점인 눈빛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제작진의 선견지명 속에 장점을 살리는 연기를 배워나가면서.
김수안, 박소이 같은 미성년 배우들의 활약은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탄과 동시에 호기심을 선사한다. 아역으로 제한하기엔 아쉬운 존재감과 연기력에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성인이 된 뒤엔 어떤 연기자가 될지 무한한 가능성에 물음표를 남기는 것이다.
더불어 덜 자란 미성년자들에게 기대감이 부담감이 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반응을 남기기도 하는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성장 만으로도 감탄을 선사하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오늘보다 내일이 궁금한 배우가 될 것임엔 분명해 보인다. 과거의 문근영, 김유정, 김소현 등을 거쳐 이미 잘 자란 아역 출신 스타들을 만나온 한국 대중에게 김수안, 박소이는 또 어떤 배우로 남게 될까. 이들의 다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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