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오버해서 일 키웠다" 인종차별 사과 대신 피해자 탓이라니...'적반하장' 코모 "재키 찬이 뭐가 문제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7.17 10: 21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코모 1907이 황희찬(28, 울버햄튼)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코모는 16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서를 내놨다. 코모 구단은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절대적으로 비난한다. 우리는 무슨 일인지 이해하기 위해 문제의 수비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파트너에게 '그를 무시해라. 그는 자신이 재키 찬(성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우리는 그가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고, 경기장에서 팀원들이 끊임없이 '차니(Channy)'라고 부른 것과 관련 있을 뿐이라고 확신한다.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말을 한 적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두고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탓했다. 코모는 소속 수비수가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다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과민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망언까지 남겼다.

[사진]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두고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탓했다. 코모는 소속 수비수가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다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과민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망언까지 남겼다.

황희찬을 보고 재키 찬이라고 불렀지만, 동양인 비하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차니'라는 별명에서 떠올린 농담이라고 해도 동양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에서 나온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재키 찬이라고 말하긴 했으나 인종차별은 아니라는 변명이 황당하게만 들리는 이유다.
마지막 문장은 더 충격적이었다. 코모는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너무 과장되게 반응해 실망스럽다"라며 과민반응이 일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피해자 황희찬과 함께 분노한 포덴스를 탓하고 나선 것.
[사진]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두고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탓했다. 코모는 소속 수비수가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다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과민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망언까지 남겼다.
황희찬과 울버햄튼이 기대하던 사과와 재발 방지와는 거리가 멀다. 사건은 16일 울버햄튼과 코모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발생했다. 이날 울버햄튼은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전지훈련을 치르던 도중 세리에 A 승격팀 코모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황희찬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3분 양 팀 선수들이 한 데 모여들었다. 코모 수비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었기 때문.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이를 들은 뒤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려 퇴장당하는 다니엘 포덴스의 모습.
울버햄튼 지역지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울버햄튼의 연습 경기는 인종차별 논란으로 얼룩졌다. 다니엘 포덴스는 코모와 경기 도중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적 학대를 듣고 상대 수비수를 주먹으로 때려 퇴장당했다"라며 "포덴스는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 사건은 황희찬이 코모 선수를 인종차별적 학대로 고발한 뒤 울버햄튼 동료들이 격분하면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양측 선수들과 코치들은 몇 분간 논의를 나눴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가 어떻게 될지 의심스러운 가운데 황희찬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인종차별의 희생자였던 황희찬은 프리시즌 연습 경기가 계속되길 원한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황희찬이 또 한 번 프리시즌 경기 도중 인종차별 피해자가 됐다. 그는 팀을 먼저 생각해 경기 중단을 거부했다. 게리 오닐 감독은 황희찬을 칭찬하며 인종차별에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두고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탓했다. 코모는 소속 수비수가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다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과민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망언까지 남겼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경기 후 "황희찬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우리는 모두 한데 모였고, 그는 분명히 화가 났다. 우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황희찬을 위로하고 지지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포덴스가 퇴장당했는데 너무 지나치긴 했다"라고 전했다.
그 와중에도 황희찬은 팀을 먼저 생각했다. 오닐 감독은 "차니(황희찬 애칭)는 정말 실망스러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난 그에게 교체를 원하는지 혹은 경기 자체를 중단하길 원하는지 물어봤다. 그는 팀이 계속 뛰면서 필요한 훈련을 하길 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고, 우리가 얘기해야 한다는 것, 경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정말 실망스럽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황희찬은 물론 정말 실망했다. 이해한다. 그가 어려운 순간에 팀을 먼저 생각하고 경기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는 프리시즌 투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매우 모욕적인 일을 당했음에도 동료들이 뛰길 원했다. 차니는 괜찮을 거다. 우리는 전폭적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희찬이 인종차별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년 전에도 프리시즌 경기 도중 포르투갈 2부 리그 SC 파렌세 관중들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 당시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득점하자 관중들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인 눈을 찢는 동작을 취했다. 당시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라고 호소했으나 다시 한번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사진] 코모 1907이 황희찬 인종차별 사건을 두고 오히려 울버햄튼 선수들을 탓했다. 코모는 소속 수비수가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다면서도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심지어 과민반응에 실망스럽다는 망언까지 남겼다.
울버햄튼은 이번 일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각오다. 울버햄튼 구단은 "오닐 감독은 코모와 프리시즌 경기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이야기한 뒤 황희찬이 팀 전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전 중반 황희찬이 이 사건을 보고했고, 팀 동료들은 분노했다. 포덴스는 퇴장당했다"라며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절대로 이의제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구단은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UEFA는 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축구에서 인종차별과 차별, 편협함을 없애는 싸움은 우리 조직의 주요 우선순위"라면서도 이번 경기는 UEFA 주관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 UEFA 측은 UEFA 대회에서 발생한 일에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울버햄튼은 계속해서 항의할 예정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울버햄튼과 황희찬은 인종차별이 맞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공식화하기 위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협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축구협회에도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 지난달에는 손흥민도 인종차별에 노출됐다.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과 사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것. 황당한 변명까지 이번 사건과 여러모로 닮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있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을 떠올리게 해 더욱 씁쓸하다. 당시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사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하며 동양인 비하적 발언을 뱉었다.
심지어 벤탄쿠르는 사과문에서도 "나쁜 농담이었다", "오직 손흥민만 언급했을 뿐이다. 누군가를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변명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그저 단순한 농담이었다는 황당 변명이라는 점에서 코모의 주장과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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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울버햄튼, 코모 1907, 로드리고 벤탄쿠르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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