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초로 피치컴을 착용한 막내구단 KT 위즈가 이번에는 포수가 아닌 투수에게 피치컴 송신기를 착용시키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9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KBO리그 최초로 피치컴을 사용해 승리를 거둔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경기 진행 속도가 엄청 빠르더라. 포수가 사인을 엄청 빠르게 낸다”라며 “다들 피치컴을 안 쓴다는 기사를 봤는데 우리 선수들을 보니까 잘만 적응하더라. 내야수들도 구종에 따라서 수비를 할 수 있으니 좋을 거 같다. 선수한테 정확히 잘 들리냐고 했더니 너무 소리가 커서 상대에 들릴까봐 걱정된다고 하더라. 피치클락은 잘 모르겠는데 피치컴은 괜찮은 거 같다”라고 생생 후기를 남겼다.
이어 “피치컴을 사용하게 되면 아마 시간적으로 5초 정도는 단축될 거 같다. 고개 흔들고 사인을 바꾸는 절차가 사라졌다”라고 긍정적인 시선을 덧붙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경기 중 투수와 포수 간의 사인 교환을 할 수 있는 장비인 피치컴 세트를 15일 각 구단에 배포하고 구단 담당자를 대상으로 해당 장비의 사용 방법, 규정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KBO는 피치컴 사용을 위해 지난 1일 전파인증을 완료했으며, 16일부터 KBO리그 및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피치컴은 경기 중 의무 사용 대상이 아니며, 각 구단 현장의 판단에 따라 경기 및 훈련 시 사용할 수 있다.
피치컴 세트는 사인을 입력하는 송신기와 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수신기로 구성돼 있다. 각 세트는 송신기 3개, 수신기 12개로,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모든 팀에 각 1세트가 전달된다.
송신기에는 9개의 버튼이 있어 사전에 설정된 구종과 투구 위치 버튼을 순서대로 입력하면 수신기에 음성으로 전달된다. 송신기는 투수나 포수에 한해 착용 가능하며, 투수의 경우 글러브 또는 보호대를 활용해 팔목에 착용한다. 포수의 경우 팔목, 무릎 등에 보호대를 활용해 희망하는 위치에 착용할 수 있다.
수신기는 모자 안쪽에 착용한다. 투수나 포수 외에도 그라운드 내 최대 3명의 야수가 착용 가능하며 덕아웃 및 불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KT는 전날 센터라인에 위치한 야수들만 수신기를 착용했다.
KT 외국인투수 벤자민은 16일 고척 키움전에서 KBO리그 최초로 피치컴을 착용하고 선발 마운드에 올라 6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4패)째를 챙겼다. KBO리그 다승 공동 2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벤자민은 “피치컴이 빠른 템포를 유지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다른 선수들도 곧 많이 활용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서 주자가 2루에 위치해 있으면 사인을 훔치는 게 정말 많았다. 한국에선 그게 얼마나 이뤄지는지 모르겠지만, 주자를 많이 신경 쓰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내겐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라고 호평했다.
KT는 이날 선발 등판하는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 또한 피치컴을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전날 벤자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쿠에바스가 송신기, 포수 강현우가 수신기를 착용한다. 투수가 자신이 던질 구종을 포수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는 피치컴이 필요없다. 포수가 송신기를 갖고 있으면 계속 고개를 흔들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자기 맘대로 던질 거 같다”라고 웃으며 “아니나 다를까 쿠에바스 본인이 구종을 선택한다고 하더라. 본인이 송신기를 갖고 있으면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라고 새로운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한편 KT는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맞아 멜 로하스 주니어(좌익수)-강백호(지명타자)-김상수(2루수)-문상철(1루수)-황재균(3루수)-배정대(중견수)-강현우(포수)-심우준(유격수)-정준영(우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1군 엔트리는 내야수 오윤석을 말소하고, 내야수 윤준혁을 등록했다. 2루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던 오윤석은 좌측 내전근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 감독은 “회복에 닷새 정도 걸린다고 해서 제외했다. 그래도 열흘이면 복귀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