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의 ‘내부 폭로’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던 대한축구협회(KFA)는 온데간데없다. 9일 만에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반면 박주호 전 위원은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정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 벌어졌다"라며 다시 한번 목소리 높였다. 꼬리 내린 KFA는 이제라도 박주호 전 위원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18일 축구계에 따르면 KFA는 비밀 유지 서약을 위반한 박주호 전 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9일 만에 바뀐 KFA의 입장이다.
지난 8일 박주호 전 위원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작업에 ‘무절차’ 문제가 있다고 공개 지적하자 KFA는 다음 날(9일)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먼저 박주호 전 위원은 "홍명보 감독의 선임은 절차가 안(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제가) 내부에서 활동한 실무자인데도 몰랐다"며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지난 5개월이 허무하다"라고 말해 파장을 불렀다.
KFA는 박주호 전 위원의 폭로가 나오고 하루 뒤 “박주호 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 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라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들은 KFA에 비난을 퍼부었다. ‘무절차’로 감독 선임한 것에 대한 성찰은커녕 오히려 이를 외부에 알린 박주호 전 위원에게 화살을 돌린 까닭에서다.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때 다른 이로부터 정보가 실시간으로 새어나간 것에 대해선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고 박주호 전 위원에게만 KFA가 날 선 잣대를 들이댄 것 역시 팬들의 비난을 증폭시켰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KFA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박주호 전 위원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FC세븐일레븐 with K리그 × 산리오 캐릭터즈 팝업스토어사전 오픈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나 "공식적으로 KFA로부터 연락 온 것은 없다”라고 밝혔고, 이후 KFA가 법적 조치에 들어가지 않는단 소식이 들려왔다.
KFA가 ‘헛발질’ 할 때 박주호 전 위원은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주호 전 위원은 “(KFA 전력강화위원으로 있었던) 5개월 간의 이야기를 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영상을 올렸다.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법적 대응 검토' 초강수를 두는 듯한 입장으로 박주호 전 위원을 조용히 시키고자 했던 KFA는 이제라도 박주호 전 위원의 말을 새겨듣는 쪽으로 선회해야 한다.
박주호 전 위원이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 중 기본인'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담은 체계적 시스템이 없었단 것을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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