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가 ‘무한도전’부터 ‘My Name is 가브리엘’까지 콘텐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20일 오후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김태호 PD가 출연해 손석희와 이야기를 나눴다.
손석희와 김태호 모두 MBC를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는 바, 손석희는 “감회가 이상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태호는 PD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직업을 PD로 정해야겠다 한 것이 어렸을때 가족들과 티비를 볼 때 드라마를 본 것 같다. 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뒷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누나한테 물어봤는데 방송국 사람만 알지 어떻게 알아 하더라. 그게 첫 기억이다”라고 답했다.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본방사수라는 단어가 퍼진 것에 대해 그는 “당시만 해도 채널이 보여주는대로 봐야됐던 시절이라 시청자분들도 재방을 언제할지 모르니까 시간 약속이 중요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최근 ‘무한도전’이 유튜브를 타고 역주행을 하며 새로운 ‘무도 키즈’를 탄생시키는가 하면 ‘무한도전’이 미래를 예언한다며 ‘무한계시록’이라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김태호는 “이런 제작자들이 유튜브에 계시기 때문에 유튜브는 파도파도 새로운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다. 유튜브가 접근도 쉽고 원가 콘텐츠가 많다보니까 알고리즘으로 소개해주니까 한 번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감탄했다.
‘무한도전’ 당시 아이디어의 원천을 묻자 “저도 답을 명확하게 못하는 부분이다. 소재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으려고 한다. 제일 좋아한 콘텐츠가 헬기 몰카다. 사실 그 주 방송이 40분이 비어있는데 너무 화가 나서 머리식히러 옥상에 올라갔는데 난간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옥상이지 하고 깨달았다. 오감을 가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탄생하게 됐다. 저희가 생활하고 느끼는 것 안에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호는 MBC 퇴사를 결심한 이유로 “싫어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 ‘무한도전’으로 큰 재미를 본 몇년 후 부터는 마음 한 구석에 있던 감정이 토요일 황금시간대를 나만 즐겨도 되나 싶었다. 나때문에 후배들이 이자리를 못해봤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뭔가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 퇴사 의사를 내비쳤을 때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배위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방향을 어디로 해야될지를 고민했다. 망망대해에 있다 보니까 막막했는데 그때 당시만해도 콘텐츠업이 성황이었으니까 어느쪽으로 가든 대륙에 닿겠다 자신감으로 퇴사했다”고 전했다.
‘무한도전’에 치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냐는 손석희의 질문에 김태호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공들여서 만들었던 프로그램이니까 칭찬을 듣는 것은 좋다”며 “그걸 밑바탕으로해서 제 이야기는 진행중이니까 다음 챕터를 써내려나가고 있다”며 “실제로 ‘무한도전’ 본방은 챙겨본적이 많이 없다. 부끄러움도 있고 보면 아쉬움도 생기는데 방송이 나가면 고칠수가 없으니까 다음을 생각해야 되니까 찜찜함을 가지면 안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OTT의 자극적인 콘텐츠들과의 경쟁에서 본인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불리하다. 제가 그래서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다른 이름으로 제작할까 고민했다. 김태호라는 기준점이 기대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부분에서도 기준선이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작년에 회사에서 논의하던 아이템 중에 10대 청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있었다.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제가 제작했다고 하면 제 이름이 붙는 순간 여론의 방향이 달라지지 않겠냐는 고민이 있었다. 가명으로 전혀 다른 채널에서 제 콘텐츠를 해볼까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최근 JTBC에서 새 예능 프로그램 ‘My Name is 가브리엘’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시청률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저희는 단시간에 이걸 1등할 생각은 없었고 이 시간대에 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JTBC에서 신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에게는 끝 기억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보고 달려가는 거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에 대해 ‘김태호 이즈 챌린징’이라고 밝히며 “항상 ing이고 싶다. 끝에 방점을 찍고 싶지 않다.기회가 있는 동안에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 제일 큰 욕심이다. 그걸 위해 저는 계속 도전할거다. 저희는 제작사다보니까 쇄빙선 같은 역할을 할거다.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손석희의 질문들’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