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신하균 “‘제 눈에 안경’ 이정하, ‘라쇼몽’ 찍냐?”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7.22 10: 53

[OSEN=김재동 객원기자] 갑갑하다. 2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 6회를 보며 든 느낌이다.
이날 방송 말미에서 구한수(이정하 분)는 신차일(신하균 분)에게 정면으로 들이박는다. “사장님 때문에 이러세요? 사장님이 이 문제 덮으라고 했다면서요. 이게 팀장님이 말씀하신 모든 걸 의심하는 감사실의 모습인가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층 로비에서 분신소동이 벌어진다. 구한수의 입사동기인 기술개발팀 오윤우(김신비 분)가 제 몸에 휘발유쯤 뿌리고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합니다”고 외쳤다가 황대웅(진구 분)에게 제압당한다.

당연히 감사팀이 나선다. 하지만 기술개발팀원들에 대한 집중 인터뷰에서 오윤우가 말한 박재완(이중옥 분) 과장의 폭언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기술개발팀은 JU건설의 사활을 건 ‘J빔스’란 신제품 시연회를 앞두고 있다.
사장 황세웅(정문성 분) 역시 이 시연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분란 일지 않도록 감사를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 기술개발팀 이지훈(신재하 분) 실장은 오윤우에게 휴가를 주며 J빔스 시연회에서 손을 떼라고 통보한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구한수가 신차일을 채근한다. 그래서 신차일이 알아듣게 설명한다. “오윤우씨 폭언주장은 증거가 없습니다. 기술개발팀 직원들에게 박재완 과장이 폭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을 받았습니다. 오윤우씨 제보는 현재로선 일방적 주장입니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시연회까진 박재완 과장과 오윤우씨를 분리하겠습니다.”
그랬더니 저렇게 대든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얼마나 괴로웠으면 분신까지 하려고 했겠습니까. 시연회 정말 큰 행사고 중요한 거 압니다. 아는데 개인의 고통을 묵살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신차일이 그 오류를 지적해 준다. “누가 묵살한다고 했습니까? 구한수 씨는 제보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판단력을 잃고 편향된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뭐? “그런가요? 그러면 이건 어떠세요? 누군가가 회사의 그 중요한 기술을 유출한다고 하면요? 괴롭힘 당한 개인의 작은 고통은 덮을 수 있어도 이런 큰 사건은 조사하시겠죠?”
아니, 도대체 누가 개인의 고통을 덮겠다고 했냐고. 또 그 건이랑 기술 유출 사건이 왜 비교대상이 돼야 하냐고. 오윤우건은 증거와 증언 불충분으로 보류된 거고 기술유출이 새로 발생했다면 당연히 감사하는 게 마땅한데 그걸 한 타령으로 묶어 분노한다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이렇게 열 받게 만들었으니 ‘이정하표 구한수’는 성공한 캐릭터가 맞다. 하지만 개연성 문제로 들어가면 ‘저런 직장인이 있을까?’ 고개를 젓게 만든다.
어쨌거나 다음 에피소드는 ‘직장내 괴롭힘+산업스파이’ 문제를 다룰 모양이다. 이 에피소드의 도입부가 이채로운 것은 세칭 ‘라쇼몽 기법(Rashomon effect)’이 엿보여서다. 즉 현상을 왜곡하는 묘사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서술 기법을 차용했다.
1951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 ‘라쇼몽(羅生門)’의 연출 의도를 설명하며 말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정직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윤색을 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즉 자신을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이기주의는 인간이 날 때부터 갖고 있는 죄악이다.“
영화 속 사건은 간단하다. 아내와 동행하던 사무라이는 죽고 아내는 겁간당한다. 그 범인으로 산적 하나가 잡혀온다. 이 간단한 사건이 목격자인 나무꾼, 부인, 산적, 혼령으로 나타난 사무라이의 진술에 따라 제각각 형태로 각색된다.
드라마 속 오윤우는 박재완 과장에 대해 말한다. “제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유독 저한테만 지독하게 말하세요.” 하지만 박재완은 “업무능력에 대한 지적은 했어도 폭언은 안했다.”고 주장한다.
오윤우가 기억하는 박재완의 폭언은 “생각을 안하고 사는데 대가리가 왜 필요하냐고?”인데 반해 박재완이 기억하는 당시의 대사는 “몇 번을 말해야 돼요? 다른 직원들이 피해를 보잖아. 일할 때 생각을 좀 하시라구요.”다.
회의자료에 착오가 생겼을 때 박재완은 “첨부파일 실수하면 어떡해. 정말 나한테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지?”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윤우가 들은 대사는 “야, 너 제 정신야? 어떻게 된 인간이 메일 하나를 제대로 못보내?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나 엿먹이려고. 일할 땐 바보천치인 새끼가 나 멕일땐 아주 대가리가 팽팽 돌아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게”다.
문제는 이 기술개발팀이 보안이 철저해 녹취가 불가능하고 오윤우는 둘만 있거나 전화상으로만 폭언이 날아왔다고 주장함에 따라 증명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증언도 오윤우가 들었다는 폭언의 진술에 부정적이다. “윤우씨가 고아임을 가지고요? 아유, 그건 선 넘었죠.”라거나 “박과장님이 과하게 예민하긴 해도 그 정도 쓰레기는 아녜요.”라거나 “아무리 그래도 옆에서 그러면 저희부터 가만히 안 있죠.”라고 증언한다.
그리고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인물 이지훈 실장이 있다. 이지훈에 대해선 오윤우부터 “실장님은 되게 좋은 분이셔.”라 평하고 다른 직원은 “우리 실장님이 사람이 좋으니까 아무 말씀 않하는 거지 성깔 있는 분이셨으면...”이라며 성품을 칭찬한다. 하지만 박재완 과장은 이지훈 실장 전화만 걸려와도 진저리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은 제각각 주관적 경험을 하면서 그것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착각하며 산다. 객관적 상황은 각각의 주관적 기억에 따라 재구성된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사건, 사물, 인물은 수용자에 따라 아롱이 다롱이가 된다.
그런 판에 황대웅은 양재승(백현진 분)으로부터 신차일의 숨겨진 이력을 전달받는다. 그 자료엔 배온건설 감사팀 시절 감사받던 직원이 압박감에 자살하고 유가족 고소도 혐의없음으로 소송 중단된 경위나, 신석건설 감사팀 시절 횡령혐의로 사장을 날리고 사장이 동원한 용역까지 경찰에 넘긴 등등이 담겨있다.
그 자료들은 황대웅 손에서 어떻게 각색 될까? J빔스 기술유출사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 좋다는 이지훈은 과연 좋은 사람일까? 그리고 제 나름의 정의에 눈 먼 ‘답답이’ 구한수는 대책 없는 벽창호 기질을 털어낼 수 있을까? ‘감사합니다’의 나머지 얘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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