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없는 '지하철 1호선' 없다" 학전이 추모하는 법 [Oh!쎈 이슈]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7.22 15: 33

한국 포크계 거장이자 극단 학전을 이끌었던 가수 고(故) 김민기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김민기가 지난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생전 위암 진단을 받고 통원치료를 받으며 투병해왔다. 그러나 이미 위암 4기에 간까지 전이가 된 상황이었다고. 이에 자택에서 요양 중이던 가운데 건강이 악화됐다. 결국 지난 20일 오전 응급실로 간 그는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김민기는 중, 고등학교 시절 미술에 매진해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입 뒤에는 그림이 아닌 음악의 길을 걸었고, 대학 신입생 시절인 1970년 지금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노래 '아침이슬'을 작곡하며 데뷔했다. 
가수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서정적인 선율과 저항정신을 고취시키는 가사로 당시 대학생들 사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1971년 김민기의 이름을 딴 데뷔 음반은 발매 직후 압수당하는 외압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민기는 공장을 다니면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 중에서도 '상록수'는 김민기가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와중에 작곡한 곡이다. 이에 '아침이슬'과 함께 김민기의 저항 정신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곡으로 대중의 호평을 받았고 금지곡 지정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명곡으로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김민기는 '친구', '가을 편지', '아름다운 사람', '가뭄', '백구', '공장의 불빛', '이 세상 어딘가에' 등의 노래들을 발표하며 민중 가수이자 포크계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민기는 음악 활동 가운데 연극에도 진심이었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를 비롯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도 참여한 것. 1978년에는 노래극 '공장의 불빛', 1983년에는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특히 1991년에는 서울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김광석도 학전을 통해 스타가 됐다. 그 밖에도 밴드 YB의 보컬 윤도현 등이 학전 출신의 뮤지션으로 사랑받았다.  
극단 학전의 대표였던 김민기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연출하며 한국 공연계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한 '지하철 1호선'은 지난해까지 8000회 이상 상연해 소극장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70만 명이 넘는 관객과 함께 했다. 이에 생전 고인은 2008년 '지하철 1호선'의 4000번째 공연을 학전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성공적이었던 '지하철 1호선' 외에도 그는 뮤지컬 '의형제', '개똥이', '고추장 떡볶이' 등을 연출하며 소극장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더불어 배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출한 배우들이 학전을 거쳐간 스타로 남았다. 이에 힘입어 김민기는 백상예술대상 음악상, 한국평론가협회 음악극 부문 연극상, 서울연극제 극본상 및 특별상,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문화훈장 은관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지난 3월 학전 소극장 문을 닫을 때까지 극단 학전 대표를 역임했다. 폐관 이후에도 '학전의 뒷것'을 자처했던 그는 학전의 레퍼토리를 다시 무대에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고. 이에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SBS에서 방송됐다. 이 자리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가수 송창식과 조영남,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연극연출가 임진택, 가수 박학기, 장필순, 강산에, 윤도현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이정은, 안내상, 이종혁, 김대명 등 학전을 거쳐간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처럼 여전히 김민기를 추억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학전의 총무팀장이자 김민기의 조카이기도 한 김성민 팀장은 장례절차에 앞서 고인이 생전 즐겨 찾았던 학림다방에서 학전의 방향성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학전 홈페이지 아카이브를 토대로 고인이 마지막까지 만든 대본집, 무대, 음악 등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아르코 예술기록원에서 작업 중이며 2~3년 후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김성민 팀장은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다만 "여지를 남겨드리고 싶은 건, 그 누군가가 염원한다면 유족들과 얘기하며 생각해 보겠다. 학전 40주년, 50주년, 100주년 등 그 어느 날에는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서 마련됐다. 단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빈소 및 모든 장례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조의금과 조화도 받지 않는다.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에 엄수된다. 서울대학교 빈소에서 출발해 학전의 마당과 소극장 등을 함께 본 뒤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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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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