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 칠 때 아니다" 1위 독주 체제 굳혔는데…안심 못한다는 KIA, 왜 엄살 아닌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7.23 07: 40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1위 독주 체제를 굳혔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7월에만 두 번의 6연승을 달리며 12승2패로 8할대(.856) 승률을 질주하고 있지만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다. 
지난 22일까지 KIA는 57승35패2무(승률 .620)로 승패 마진을 +22까지 늘리며 1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2위 LG도 최근 5연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KIA와의 격차는 6.5경기로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시즌 전체 일정의 3분의 2 가까이 지나면서 KIA가 웬만해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분위기다. 
그러나 KIA 내부에선 여전히 안심 못하는 분위기다. 이범호 KIA 감독은 “어느 팀이든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다. 우리 타자들도 못 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타자들의 슬럼프가 한 번에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있다”며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은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KIA 최형우가 홈런을 날린 뒤 김도영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4.06.14 /cej@osen.co.kr

KIA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7.09 /cej@osen.co.kr

팀 평균자책점 1위(4.41)에 올라있긴 하지만 KIA의 힘은 강력한 방망이에서 나온다. 팀 타율(.299), 홈런(111개), OPS(.833) 등 주요 타격 지표 1위로 10개팀 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KIA는 경기당 평균 6.2득점을 폭발 중이다. MVP 후보 김도영을 중심으로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순이 없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가 완벽 부활한 7월 들어선 3할대(.328) 팀 타율로 평균 8.1득점을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주말 KIA의 화력을 직접 봤던 김경문 한화 감독도 “상대팀이지만 KIA 타자들이 정말 잘 치더라. 타구가 날아가는 게 다르다”고 말할 만큼 타고투저 시즌인 걸 감안해도 차원이 다른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 말대로 아무리 잘 쳐도 강력한 투수를 만나면 하루아침에 침묵할 수 있는 게 방망이다. 타격 사이클이 고점일 때는 거칠 게 없어 보이지만 저점으로 떨어질 때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럴 때는 투수력으로 이겨야 하는데 최근 KIA 마운드 상황을 보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선발진 ‘원투펀치’ 제임스 네일과 양현종의 페이스가 초중반보다 떨어졌다.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하다. 대체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도 LG전을 빼면 기복이 심하고, 이의리와 윤영철의 부상 이탈 속에 황동하와 김도현이 로테이션에 들어왔지만 지속성을 지켜봐야 한다. 이번 주부터 1군에 복귀할 예정인 마무리 정해영과 셋업맨 최지민의 가세로 불펜 부담은 덜어지겠지만 선발진에 대한 불안 요소가 해소되진 않았다. 
KIA 선발 네일이 교체되고 있다. 2024.07.09 /cej@osen.co.kr
KIA 양현종이 이범호 감독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06.12 /sunday@osen.co.kr
물고 물리는 2위 싸움에서 조금씩 고개를 드는 LG의 상승 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5연승 중인 LG는 6년간 장수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방출하며 올해 메이저리그 선발로도 던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1위 추격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고, 전력상 KIA를 견제할 만한 유일한 팀이다. 
KIA는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09년, 2017년에도 매년 시즌 막판 2위 팀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았다. 2009년에는 9월2일까지 6경기차 1위를 달렸지만 SK가 시즌 막판 19연승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으면서 시즌 최종전을 남겨두고 1위를 확정했다. 2017년에도 8월16일까지 8경기차 1위로 독주를 달렸지만 이후 18승19패로 힘이 빠졌다. 그 사이 두산이 23승12패1무로 무섭게 추격하면서 KIA는 최종전에야 어렵게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런 아찔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안심할 수 없다. 외부에서 엄살처럼 볼 수 있어도 낙관은 금물이다. 2017년에도 KIA 4번타자였던 최형우는 “아직은 (가을야구 생각할) 시기가 아니다. 9월에 가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계속 긴장하면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설레발 칠 단계는 아니다”며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당장 이번 주부터 KIA에 브레이크가 걸려도 이상할 게 없다. 광주 NC전, 고척 키움전 모두 양 팀 외국인 원투펀치들이 선발로 들어오는 일정이다. KIA 타선이라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지만 장담할 순 없다.
최원준, 박찬호 등 KIA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4.07.10 /cej@osen.co.kr
KIA 이범호 감독. 2024.06.16 /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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