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황당한 퇴장이 다 있다.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밥 멜빈(63) 감독이 경기 전부터 퇴장을 당했다.
멜빈 감독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3루심 크리스 콘로이 심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경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덕아웃 바깥으로 쫓겨난 것이다. 멜빈 감독의 시즌 4번째이자 개인 통산 16번째 퇴장.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라인업 카드를 교환할 때 마주한 심판들에게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20~21일 콜로라도전에서 팀이 연패를 했는데 볼 판정부터 심판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언쟁을 벌인 멜빈 감독은 결국 퇴장 조치를 받았다. 경기 후 멜빈 감독은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심판이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말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경기 전 퇴장이 아예 없었던 일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브라이언 프라이스 투수코치는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인 2015년 5월24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을 앞두고 라인업 카드 교환 때 전날 판정에 대해 어필하다 퇴장을 당한 바 있다.
팀이 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멜빈 감독이 선수단을 자극시키기 위해 일부러 ‘오버 액션’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멜빈 감독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건 경기 중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의도를 했든 아니든, 샌프란시스코가 3-2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었으니 결과적으로 좋은 자극이 된 모양이다. 1회초 시작부터 1번타자 호르헤 솔레어가 선두타자 홈런으로 기선 제압을 이끌었다. 타구 비거리가 478피트(145.7m)로 올 시즌 리그 전체 최장거리 홈런이었다.
이어 3회 타일러 피츠제럴드의 솔로 홈런으로 추가점을 낸 샌프란시스코는 선발로 나선 신인 투수 헤이든 버드송도 호투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버드송은 6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12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최고 투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홈런 포함 멀티 출루로 활약한 피츠제럴드는 “확실치 않지만 멜빈 감독이 어젯밤부터 퇴장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선수들 모두 감독의 퇴장에 충격을 받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도 확실히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선발투수 버드송은 감독이 퇴장당한 줄도 몰랐다. 경기 후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의 퇴장 사실을 안 그는 “몇 회에 퇴장을 당한건가? 난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매 이닝 끝날 때마다 투수코치와 얘기를 나누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그냥 지나친다”는 말로 감독 부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로선 어떻게든 반등 계기가 필요한 시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48승52패(승률 .480)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4위, 와일드카드 7위에 그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커트라인인 3위 그룹에 3경기 차이로 포스트시즌 추격권에 있지만 좀처럼 상승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멜빈 감독의 퇴장 속에 후반기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멜빈 감독은 “앞서 2경기를 정말 힘들게 싸워서 졌다. 지금 시점에 이런 성적이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오늘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며 반격을 기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3일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좌완 블레이크 스넬을 선발투수로 내세워 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