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의 설명에도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KFA는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 & A'라는 제목으로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다뤘다.
KFA는 지난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알렸다. 뒤이어 13일 KFA는 "이사회 승인을 통해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홍명보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감독을 찾아 나선 KFA는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수많은 외국인 감독과 접촉했고 실제로 한국 감독직에 크게 관심을 보인 이도 있었다. 하지만 KFA는 홍명보 감독을 택했다.
논란이 많았던 결정이다.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주호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시간 가량 열변을 토하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엔 녹화 도중 홍명보 감독 내정 발표 소식을 접한 박주호의 놀란 얼굴이 그대로 담겼고 박주호는 "정말 몰랐다"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박주호는 "지난 5개월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정말 허무하다.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전력강화위원회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주호는 "지금 흘러가는 방향이면 전강위가 필요없다고 진작에 말했다. 위원회가 필요없다는 확신이 든다. 홍명보 감독님도 안 하신다고 했는데 하게 됐다.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KFA는 "협회는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 있는 규정은 모두 지켰다"라며 "협회의 세심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상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성실히 임해주신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썼다.
포옛과 바그너 감독은 50장이 넘는 PPT 자료를 동원해 자신의 축구 철학과 게임 모델, 한국 축구에 대한 적용 등의 내용으로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진 반면, 홍명보 감독은 면접 과정을 생략했다는 부분에서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팬들의 반응이 뒤따랐다.
이에 KFA는 "만약 홍명보 감독과 면담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두 명 중 우선순위에 오른 감독과 계약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라며 "홍 감독의 면담이 특혜라는 주장이 있는데,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다른 후보들에 비해 PT나 여러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부적 상황과 관점에서 최종 3명의 장단점이 평가된 것이지, 면담 방식이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KFA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분노했다. 이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KFA의 설명을 그대로 믿는 팬은 많지 않았다. 기사와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 소식을 접한 팬들은 "요즘 축구협회 말을 누가 믿나", "그냥 '홍명보 감독 만들기 쇼'를 한 거 아니야?", "우린 이걸 두 글자로 '특혜'라고 불러요", "그냥 마음대로 뽑았다는 얘기" 등의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