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결 감독이 영화 '파일럿'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파일럿’ 김한결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특히 영화 '파일럿'은 '가장 보통의 연애' 김한결 감독의 차기작으로, 현실적인 상황들을 독특한 시선과 유머로 재해석, 시사회 이후 호평과 기대를 안고 있는 작품이다.
이날 김 감독은 개봉 소감에 대해 "첫 작품 후에 다음에도 좋은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회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좋고, 무사히 개봉까지 하게 되어서 기쁘다"라고 전했다. 이어 "시사회 이후 아무래도 웹에서 검색을 많이 해봤던 거 같다. 거의 빠짐없이 기사도 다 읽어봤다. 반응도 궁금하더라. 배우분들도, 제가 느끼기로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거 같다. 저도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열심히 만들었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스크린에 걸렸다는 것 자체가. 관객들과 보고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파일럿은 지난 2012년 스웨덴 영화 '콕피트'를 원작으로 하는 가운데, 각색 주안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이런 구조의 영화에서는 보통 러브라인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방향으로 구성하고 싶었다. 이것이 우리 영화에서는 매력적으로 기능했다고 생각한다. 우정을 쌓아가는 직장동료로 그려낸 것이 2024년도 영화로서는 어울린 것 같고, 시대상 잘 맞지 않았나 싶다"라며 설명했다.
특히 극 중에서는 조정석이 여장을 한 후 '한정미'라는 인물로 변신하는 만큼, '젠더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빠트릴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저를 포함해서 작업을 했던 배우들도 그렇고, 충분히 ‘변신’이라는 소재를 가져가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갈등을 조장한다거나, 편을 가르기 위해서 만든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이나 연기에 있어서 적정성을 만들려고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이게 괜찮을까?’ ‘잘못 오독되지 않을까?’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다. 배우들도 주의를 많이 했다. 충분히 과장되게 표현할 수 있었지만,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물론 '변신'이라는 것 때문에 생각하는 다른 해석들이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만든 사람의 의도는 그런 걸 지양했다. 전 (성별보다는)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라고 강조했다.
극을 이끌어갔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김 감독은 "배우분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서 잘 하셨다. 저는 최대한 상황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거 같다. 현장에서 셋팅되어 있는 상황들을 맞이하면서 연기하지 않나. 그런 셋팅값을 최대한 올려주고, 훨씬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을, 잘 제공하기 위해 노력 했다"라며 "조정석 배우는 워낙 준비를 현장에 많이 해오신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제가 인상적이라고 느끼는 배우분들의 공통점이 볼때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즉흥적인거 같은데, 너무너무 준비를 많이해오시더라. (정석 씨도) 현장에서도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하고, 집중력이 너무 좋은 배우인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완성본을 보고 느낀건, 정말 정우가 변신 후 외모마저, 인물마저 달라보이게 세심하게 연기하셨더라. 순간 순간 얼굴은 정미인데 정우 모습이 나올때 아예 다른 사람 처럼 보이더라. 편하게 연기한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구나, 하는 걸 손짓, 목소리 하나에서 디테일 표현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했다"라고 떠올렸다.
또한 윤슬기 역을 맡은 이주명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저도 그분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었다. 몇분 인상적인 분이 계셨는데, 때마침 추천을 해주셔서 ‘저도 좋아요’ 했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알고리즘 쇼츠로도 뜨더라. 되게 흥미로운 배우다, 생각했는데, 때마침 제작사에서도 리스트업을 주는데 주명 배우가 있더라. 만나 뵀더니 너무 괜찮았다"라며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직관적으로, 정미로 변신했을 때 차이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려고 (주변에) ‘장신’의 배우가 배치되길 바랐다. 원작에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주명 배우도 그렇고, 승호 배우도 그렇고, 두 분 다 엄청난 장신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도 적재적소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명 배우는 감독으로서 배우로 바라봤을 때 굉장히 좋은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일이 모든 경우를 알진 못하지만, 배우들이 트레이닝이 많이 되어 있는 케이스가 많다던데, (주명 배우는) 내추럴하게, 동물적으로 소화를 한다고 하더라.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연기를 구현해 내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몰입도 있게 표현하더라. 무엇보다 배우에게 중요한 건 성실함인데,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온다. 현장에서 가장 대화를 많이 한 친구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과물도 너무 좋아서. 스펀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차기작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김한결 감독이 말아주는 '코미디'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가장 보통의 연애'에 이어 코미디 장르로 관객을 찾은 김 감독은 "코미디 영화가 어떻다, 이렇다를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생각은, 자연스러움이다. 어쨌든 영화이기도 하고, 웃음도 중요하지만, 스토리의 매력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받쳐줘야 웃음도 나는 거 같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이어 "저는 이야기가 재미있는 영화면 장르를 굳이 정해놓고 만들고 싶다고 생각은 안 한다. 이건 예전에 주변 지인들한테도 했던 이야기인데, ‘가장 보통의 연애’는 로코고, 이번엔 코미디이기는 해도, 스릴러든, 공포든, 이야기 자체가 새롭고 즐겁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든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저는 이야기가 안정적인 것보다는, 극 중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이 공감된다면, 연출이든 각색이든 하게 될 거 같다. 중요한 건 최초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기획이라고 할까. 기획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대한민국의 관객들이 한동안 없었던 이야기를 다시 접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한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낙 좋은 글들도 많고, 관객들의 눈도 높아졌고, 거기에 있어 끊임없이 정진해야겠다 싶다. 매번 느끼지만, 많이 배우고 있다. 저번보다 확실히,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비교 대상이 제 전장품뿐인데, 제 생각을 잘 구현해 내는 것에 있어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는 프로들이 다들 모여 계시지 않나. 그분들한테서 제가 많이 배우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도 배우게 되고. 이게 밑거름이 되어서 ‘잘 해내 보자’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요즘에는 매번 파일럿을 검색하고, 제 이름도 검색해 보고, 인터뷰 기사도 확인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작이 어렵기는 해도, 관객분들이 재밌고 좋은 영화는 기가 막히게 알아보시고 극장에서 보시더라. 저희 영화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예상 스코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 생각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이번 작품을 연출하며 대화도 많이 하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편협해 버리게 되면, 한쪽의 시각으로만 이야기를 바라보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 애를 많이 썼다. 이야기와 웃음과 재미 모든 것을 최대한 충족할 수 있는, 영화로서 의미가 많았으면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코미디로 '파일럿'을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파일럿’은 오는 31일 수요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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