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흥행 공식’ 영화는 없다….신인 감독作의 반란 [Oh!쎈 초점]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7.30 11: 13

 침체한 한국 영화계. 그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영화들이 등장했다. 올해 대작 상업 영화, 일명 ‘텐트폴 무비’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한 반면, ‘깜짝’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에 공통점을 살펴봤다.
올해 공식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소풍’, ‘파묘’, ‘범죄도시4’, ‘핸섬가이즈’까지 총 4편이다. 여기에 손익분기점 180만으로, 171만명을 모으며 거의 근접한 ‘시민덕희’와 공식 손익분기점은 150만에서 총 123만 관객을 모은 ‘그녀가 죽었다’, 두 작품 모두 VOD, IPTV, 판권 등 부가 수익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중 ‘범죄도시4’를 제외하면 5개의 작품은 예상치 못한 ‘깜짝’ 흥행 작품에 속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작품이 상업영화에 첫 데뷔에 나선 신인 감독들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영화 '시민덕희'
지난 1월 24일 개봉한 '시민덕희'(감독 박영주,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씨제스스튜디오・페이지원필름㈜)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 분)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으로, 지난 2016년 아이들을 키우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이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준 실화를 반영해 극적으로 창작했다.
연출을 맡은 박영주 감독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5) 조감독 출신으로 ‘1킬로그램’(2015), ‘선희와 슬기’(2019) 등의 독립영화 연출 이후 첫 장편 상업작으로 '시민덕희'를 내놓게 됐다.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 넘치는 팀플레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관객들을 위한 관람 포인트를 고루 갖춘 '시민덕희'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비수기 극장가 및 기록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흥행 반등을 보이며 '깜짝'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
지난 5월 15일 개봉한 영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 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배급 ㈜콘텐츠지오・㈜아티스트스튜디오・㈜무빙픽쳐스컴퍼니, 제작 ㈜엔진필름)도 마찬가지로 신인 감독이 메가폰을 받은 작품이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영화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덕구' 등 여러 영화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를 맡으며 내공을 쌓아 온 김세휘 감독은 '그녀가 죽었다'를 통해 연출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기존 '스릴러' 장르 영화의 고정관념을 깨트린 신선한 전개, 등장인물의 내레이션 등장 등의 독특한 연출,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주제 등, 소소하게 출발선을 끊었지만 작품성, 흥행성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반전' 흥행작에 등극했다.
가장 최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핸섬가이즈'(각본감독 남동협, 제공배급 NEW,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역시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임과 동시에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핸섬가이즈'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과 상구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 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로, 영화의 연출자 남동협 감독은 ‘상류사회’, ‘머니백’, ‘티끌모아 로맨스’ 등의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온 뒤 '핸섬가이즈'를 통해 첫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영화 '핸섬가이즈'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명품 연기는 물론,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슬래셔+오컬트+코미디 등의 혼합 장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무기로 장착한 '핸섬가이즈'는 초반 '호불호' 우려를 뛰어넘어 입소문을 탄 채 흥행의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여름철 개봉한 다양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으로 등극, 1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세 작품은 모두 신인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제작비 100억 미만의 비교적 '소규모' 투자 영화임에도 불구, 손익분기점을 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쟁쟁한 출연진, 대규모 투자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 즉 '텐트폴 무비'만이 관람객을 '혹'하게 하는 과거 흥행 공식은 더이상 극장가에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
높아진 티켓값, 더이상 관람객들은 보증되지 않는 재미를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실관람객의 입소문이 곧 흥행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정형화된 연출과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트렌디'한 완성도 높은 작품만이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서 숨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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