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케빈 더 브라위너(33,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PL)의 작별은 아직 일렀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직접 나서서 더 브라위너 이적설을 부인했다.
더 브라위너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뜨거웠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루디 갈레티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알 이티하드와 더 브라위너 간에 구두 합의가 있었다. 사우디 국부 펀드(PIF) 대표단과 알 이티하드의 몇몇 대표자들이 그와 대화를 나눴다. 더 브라위너는 이적을 승인했다"라고 전했다.
더 브라위너는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갈레티는 "이제 맨시티에 달려 있다. 맨시티도 더 브라위너를 보내주는 데 열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갈레티에 따르면 알 이티하드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알 나스르도 더 브라위너를 노렸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가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
'골닷컴'도 이 소식을 전하며 "시티가 더 브라위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오면 올여름 그를 놓아줄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기회가 주어지면 현금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짚었다.
더 브라위너가 사우디와 연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년 전에도 사우디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더 브라위너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기를 뛰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사우디는 굴하지 않고 러브콜을 보냈다.
벨기에 'HLN'과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당시 사우디가 제시했던 연봉은 무려 7000만 유로(약 1049억 원).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번에도 더 브라위너가 알 이티하드로 이적하면 3년 동안 1억 8000만 유로(약 2709억 원)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더 브라위너는 지금도 PL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는 맨시티에서 매년 1768만 파운드(약 313억 원)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사우디의 자금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
다만 지난해에는 맨시티가 더 브라위너를 지키기로 택했다. 그가 사우디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맨시티는 더 브라위너와 함께 '최초의 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목표를 이뤘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더 브라위너도 압도적인 돈 앞에 사우디행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내 큰아들은 이제 8살이고, 잉글랜드밖에 모른다. 그는 내가 맨시티에서 얼마나 오래 뛸 것인지 묻는다. 일단 때가 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더 브라위너는 "내 나이에는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 한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라며 "사우디에서 2년을 뛰면 믿기 힘든 돈을 벌 수 있다. 난 지금까지 15년 동안 축구를 해야 했다. 아직 그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미 가족들과 논의할 정도로 진지하게 미래를 그리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간 사우디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 더 브라위너는 "내 아내도 이국적인 모험이 괜찮다고 밝혔다. 우리는 가족으로서 이런 대화를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더 브라위너는 2025년 여름이면 맨시티와 계약이 만료된다. 만약 그가 재계약 생각이 없다면 맨시티로서도 1년 빨리 헤어지고 이적료를 챙기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더 브라위너의 사우디행 소문이 갈수록 구체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맨시티는 아직 더 브라위너와 헤어질 생각이 없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22일 "더 브라위너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알 이티하드와 개인 조건에 동의하지 않았다"라며 "지난 24시간 동안 양측은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개인 조건 합의는 없었고, 대화조차 오가지 않았다. 알 이티하드는 현재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 소속 맨시티 전담 기자 잭 고헌도 더 브라위너의 사우디 이적설을 일축했다. 공신력이 높은 그는 "구단과 계약이 1년 남은 더 브라위너는 맨시티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선을 그었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더 브라위너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떠나면 그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물론 "마지막 날까지 (이적할) 기회가 있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같은 스쿼드를 유지할 확률이 85%, 90%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대체하기 어렵고, 수준도 높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떠날지도 모르니 두고 봐야 한다"라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긴 했다.
맨시티로선 더 브라위너를 최대한 붙잡아 두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는 2015년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뒤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PL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 FA컵 우승 2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 5회 등을 기록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더 브라위너지만, 지난 시즌에도 26경기 6골 18도움을 기록하며 PL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다운 활약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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