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강력한 스위퍼를 앞세워 KBO리그를 지배하던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의 최고 인기 매물로 떠올랐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며 한국에 있었던 투수라곤 믿기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일주일 안으로 다가왔는데 꾸준한 활약으로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페디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⅓이닝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역투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7회 1사 1루에서 교체되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2점대 평균자책점(2.99→2.98)을 유지했다.
3회 마커스 시미언, 5회 레오디 타베라스에게 맞은 솔로 홈런 두 방 외에는 페디다운 투구였다. 총 투구수 98개로 커터(38개), 스위퍼(23개), 싱커(22개), 체인지업(15개) 등 4가지 구종을 고르게 던졌다. 싱커 최고 구속은 시속 94.1마일(151.4km)로 측정됐다. 평균 구속은 시속 92.7마일(149.2km).
이날 경기는 화이트삭스가 3-2로 앞서던 9회 동점을 허용한 뒤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 3-4로 역전패했다. 8연패 늪에 빠진 화이트삭스가 27승75패(승률 .265)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페디는 또 한 번 자기 가치를 입증했다. 올 시즌 전체 성적은 20경기(117⅔이닝) 7승3패 평균자책점 2.98 탈삼진 104개. 아메리칸리그(AL) 평균자책점 8위.
‘MLB.com’은 이날 경기 후 ‘트레이드 마감일에 다가오면서 페디가 가치를 계속 입증하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특별할 것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페디가 등판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고 전했다.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은 “페디의 투구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역경과 번잡한 상황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을 통제하며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호투하고 있는 페디를 칭찬했다.
최약체 팀에서 거둔 성적이라 더 의미 있다. 리그 최다 25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인 화이트삭스는 역전패만 무려 37번이나 된다. “경기 후반 리드할 때마다 이기고 싶지만 가끔 이렇게 되곤 한다”며 아쉬워한 페디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화이트삭스가 초반부터 추락하면서 페디를 비롯해 에이스 개럿 크로셰, 마무리 마이클 코펙, 중견수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 유격수 폴 데용 등 주요 선수들의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며 페디의 트레이드 가치가 계속 치솟고 있다.
MLB.com은 ‘트레이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페디는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올해 보여준 활약과 내년 연봉이 750만 달러라는 점에서 순위 경쟁팀들이 그를 탐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MVP를 차지하며 KBO리그를 평정한 페디는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FA 계약했다. 그때만 해도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잘 봐줘야 적정 수준으로 평가된 계약인데 특급 선발로 손색이 없는 성적을 내면서 750만 달러 연봉도 완전히 헐값으로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페디에게 진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으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밀워키 브루어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등 4개 구단이 있다. 휴스턴, 밀워키, 클리블랜드는 지구 1위 팀들로 우승을 노리는 위치에 있다. 세인트루이스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페디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