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복귀 후 처음으로 퇴장당했다. 하지만 곧 이어진 요나단 페라자의 끝내기 안타로 금방 그라운드에 돌아와 선수들과 승리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에서 2-2 동점으로 맞선 9회말 퇴장을 당했다. 지난달 초 한화 사령탑에 부임한 뒤 38경기 만에 첫 퇴장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무사 1,3루에서 한화 장진혁의 타구가 삼성 2루수 안주형에게 잡혔다. 안주형이 다이빙 캐치한 타구의 최초 판정은 직선타 아웃. 1루심이 오른팔을 들어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자 삼성 측에서 포구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노바운드가 아닌 숏바운드 캐치로 땅볼로 나왔다. 삼성 1루수 류지혁이 1루 주자 최재훈을 먼저 태그한 뒤 베이스를 밟아 타자 주자까지 더블 플레이로 엮어냈다.
1사 1,3루 상황이 2사 3루로 바뀌자 1루 덕아웃에 있던 김경문 감독이 나와 어필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어필을 하면 자동 퇴장이지만 김 감독 입장에선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이 어필한 내용은 1루심 콜이었다. 안주형이 몸을 날려 타구를 잡는 순간 1루심이 아웃 콜을 하면서 1루 주자 최재훈과 3루 주자 황영묵도 발이 묶였다. 1루심이 미리 판정하지 않았더라면 최재훈도 1루에 붙어있지 않고, 황영묵도 상황에 따라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내려진 비디오 판독 결과를 무를 순 없었다. 김 감독도 알고 있었다. 25일 삼성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그 상황은 사실 당한 팀이 불운한 것이다. 찬스를 잡아놓았는데 팀 사정상 감독이 어필을 위해 안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퇴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가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 감독은 “심판들도 그걸 정말 눈으로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디오로 봐도 긴가민가한데, 순간적인 상황이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며 “서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심판은 심판대로 사정이 있다. 옛날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울 필요가 없다. 더운 날씨에 다 같이 수고하고 있는데 서로 이해할 건 이해해야 한다”는 말로 넓은 마음을 보여줬다.
김 감독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팀이 이겨서다. 김 감독이 퇴장되면서 이어진 2사 3루에서 페라자가 삼성 마무리 오승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치며 3-2로 역전승했다. 덕아웃 뒤쪽으로 물러났던 김 감독도 TV로 중계를 보다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듣고서야 끝내기 승리를 직감했다. TV 중계가 실시간이지만 하지만 조금 딜레이가 되면서 끝내기 순간을 만끽하진 못했다.
김 감독은 “퇴장당하고 뒤에서 (TV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바로 끝났더라. ‘와’ 하는데 저기(TV)는 아직 안 나오더라. 시원하게 친 줄 알았더니 배트 부러지면서 친 거더라”며 웃은 뒤 “9회 끝나서 다행이다. 연장전 가는 게 이겨도 대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25일 삼성전에 상대 좌완 선발 백정현을 맞아 페라자(지명타자) 황영묵(유격수) 김태연(우익수) 노시환(3루수) 채은성(1루수) 안치홍(2루수) 김인환(좌익수) 최재훈(포수) 이원석(중견수) 순으로 라인업을 내세웠다. 선발투수는 우완 문동주.
23~24일 연이틀 1이닝씩 각각 19구, 13구를 던진 마무리투수 주현상은 불펜 대기조에서 빠졌다. 김 감독은 “개수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이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도 있고, 너무 한 게임에 매달릴 필요 없다. 동주가 5~6이닝 던지면 9회까지 끌고갈 불펜투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