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없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25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마무리투수 주현상(32)의 휴식을 선언했다. 지난 23~24일 연투에 나선 주현상은 1이닝씩 던지며 투구수가 각각 19개, 13개를 기록했다.
연투를 하긴 했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아 상황에 따라 3연투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한화가 7연패에 빠진 사이 주현상이 충분히 쉬었기 때문에 이렇게 이기는 무드가 형성될 때는 3연투를 할 수도 있다. 한화는 올해 유일하게 3연투 투수가 없는 팀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현상의 불펜 대기 여부에 대해 김 감독은 “오늘은 없다. 지금이 뭐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도 있다”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 뒤 “선발 문동주가 5~6이닝 던져주면 9회까지 끌고갈 수 있는 불펜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KIA전에서 주현상이 9회 최형우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한 것을 떠올리며 “잘하고 있지만 얼마 전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걸 잘 넘기면서 극복하고 있는데 한 게임에 너무 매달릴 필요가 없다. 우리가 운 좋게 (23~24일 삼성전) 2경기 이겼으니 (주현상은) 몸조리 잘해서 다음에 던지면 된다”고 말했다.
연승 중 마무리가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지만 하늘이 비를 내렸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쳤다. 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갑자기 날씨가 확 바뀌었다. 홈팀 한화에 이어 원정팀 삼성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친 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습 폭우에 구장 관리팀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이미 막대한 양의 비가 내린 뒤였다. 대형 방수포도 미처 다 깔지 못했고, 짧은 시간 강수량이 엄청났다. 번개까지 치면서 야구장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바뀌었다. 1~3루 덕아웃 앞, 백네트 뒤쪽에 깊은 물 웅덩이가 생겨 첨벙일 정도였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폭풍우가 몰아쳤고, 김시진 KBO 경기운영위원이 오후 5시50분 빠르게 우천 취소를 결정했다. 평소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김시진 위원이었지만 비가 그쳐도 그라운드 사정상 정상적인 경기가 어렵다고 봤다. 내야뿐만 아니라 외야 잔디가 빗물에 젖어 마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진흙탕이 된 그라운드 정비에도 2시간가량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양 팀 모두 주말 3연전을 앞두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작정 길게 기다려서 경기를 개시하는 거스 무리였다. 한화는 26일부터 서울로 올라가 LG를 만나고, 삼성은 대구 홈으로 돌아가 KT를 상대한다.
공교롭게도 우천 취소가 결정된 뒤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갑작스런 우천 취소가 아쉬웠던 팬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며 그라운드를 멍하니 바라봤다. 한화 김태연이 선수단 대표로 그라운드에 나와 우천 세리머니로 방수포 위에서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두 번이나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화만큼 비가 반가운 팀은 삼성이었다. 23~24일 한화전에서 연이틀 마무리 오승환이 요나단 페라자에게 결승타를 맞고 역전패한 삼성도 이날 오승환이 3연투를 나서지 않을 예정이었다. 한화의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불펜의 힘이 떨어져 3연전 스윕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지만 비로 쉬어갈 수 있게 됐다.
한편 삼성은 24일 경기에서 2회초 주루 과정에서 오른쪽 허벅지 뒤쪽에 불편함을 느껴 2회말 대수비 윤정빈으로 교체된 외야수 이성규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아 한숨 돌렸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오늘 오전에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어제 2루에서 3루를 지날 때 제대로 뛰지 못하는 걸 보니 (근육) 손상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혹시 모르니까 하루이틀 정도 가볍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우천 취소 덕분에 이성규도 푹 쉬면서 회복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