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력으로 가을야구를 꿈꾸는 것 자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감독이 바뀌어도 선수는 그대로이니 될 리가 없다.
롯데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6-9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롯데는 경기 초반 호재가 연달아 찾아왔다. 1회 모처럼 선발로 복귀한 황성빈의 2루타와 윤동희의 적시타로 간단하게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 레이예스의 좌전안타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손호영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때 LG 선발 최원태의 직구가 손호영의 헬멧으로 향했다. 144km 직구가 손호영의 헬멧을 강타하며 헤드샷이 됐다. 최원태는 1회 13개의 공만 던지고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LG는 강제적으로 불펜데이를 펼쳐야 했다. 몸을 제대로 못 풀고 마운드에 올라온 이지강을 상대로 고승민의 희생플라이, 전준우 박승욱의 연속 적시타로 4-0으로 앞서갔다.마운드에서는 선발 김진욱이 위기를 막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4회말에는 상대 실책으로 행운의 점수까지 뽑았다. 5-0까지 달아났다. 선발 김진욱도 4회까지 호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5회 오스틴에게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은 게 재앙의 씨앗이 됐다. 김진욱은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 분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제 타선과 불펜이 역할을 해줘야 했다. 타선은 달아나는 점수를 뽑아야 했고 불펜은 실점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불펜은 1이닝을 막아내는 게 버거웠고 타선은 상대의 예기치 못한 불펜데이에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1회 4득점 이후 상대 마운드를 제대로 공략한 이닝이 없었다. 1회 이후 거짓말같이 무기력해졌다.
결국 7회 한현희와 진해수가 무사 1,3루 위기를 자초한 뒤 오지환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5-4로 추격을 당했다. 이어진 7회말 선두타자 윤동희가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하지만 나승엽이 삼진을 당하면서 2루 도루까지 실패하면서 아웃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8회, 1사 2루에서 신민재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구승민과 김강현 등 다양한 불펜 조합을 시험해 봤지만 결국 5-5 동점이 됐다.
그래도 8회말 정훈의 타구에 상대 투수 김유영이 송구 실책을 범해 무사 2루 기회를 잡았고 박승욱의 희생플라이로 6-5로 다시 앞섰다.
9회초만 막으면 됐다. 그런데 마무리 김원중이 또 다시 무너졌다. 선두타자 오지환을 삼진 처리한 뒤 오스틴과 문보경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박동원을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2사 1,2루에서 대타 구본혁에게 동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김원중은 3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했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다.
연장에서도 롯데는 무기력했고 흐름을 LG쪽으로 내줬다. 연장 10회말 1사 후 장두성의 좌전안타와 2루 도루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지만 전준우가 땅볼로 물러났고 대타 이정훈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11회 경기를 완전히 뒤집혔다. 이 과정에서는 실책까지 끼어있었다. 2사 1루에서 박동원을 3루수 땅볼로 유도, 이닝을 끝내는 듯 했다. 그러나 3루수 손호영이 숏바운드 캐치에 실패하면서 이닝이 계속됐고 구본혁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박해민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헌납했다. 중견수 장두성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등 수비 포지션 설정에도 실패하며 대역전패와 마주했다.
이로써 롯데는 4연패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고 충격의 4연패 수렁에 빠졌다. 39승51패3무가 됐다. 9위 한화와 승차가 0.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5~6월 27승19패2무로 질주를 하며 가을야구 사정권에 들어섰지만 한 달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겨우 좁힌 승차를 다 증발시켰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을 데려오며 반전을 모색한 올 시즌이었다. 하지만 경기력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롯데는 가을야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이날 경기로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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