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줄 알았던 40살 투수가 현역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984년생 우완 투수 송은범(40)을 영입하며 불펜 보강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 25일 송은범과 올해 잔여 기간 연봉 5000만원, 옵션 3000만원으로 최대 총액 8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경산 볼파크 재활군에 합류해 몸을 만든 송은범은 이달 중순 구위 점검 및 라이브 피칭을 통해 구단 최종 테스트를 통과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km.
삼성 구단에선 ‘21년간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 체력이 떨어진 불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은범은 “믿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대전 한화전이 우천 취소되기 전 취재진을 만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송은범에 대해 “몸 상태는 괜찮다고 들었지만 아직 경기 감각이나 실전이 부족하다. 라이브피칭은 문제 없이 컨디션이 좋았다고 하는데 우선 퓨처스 팀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당장 1군에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감독 말대로 송은범은 올해 소속팀이 없어 실전에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LG 소속이었던 지난해 7월8일 사직 롯데전(구원 1이닝 12구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이 마지막 실전 등판. 1년 이상 실전 공백이 있어 당분간 퓨처스리그에서 만들어야 한다. 27일 함평에서 열리는 KIA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부터 불펜 대기를 한다.
동산고 출신으로 2003년 SK(현 SS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송은범은 KIA, 한화, LG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21시즌 통산 680경기(194선발·1454이닝) 88승95패27세이브57홀드 평균자책점 4.57 탈삼진 946개를 기록했다. SK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3차례나 경험하며 왕조 시절 핵심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뒤 오랜 기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한화, LG에서 두 차례 FA 계약까지 하며 불펜투수로 롱런했다.
그러나 2021년 8월14일 잠실 롯데전에서 수비 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며 수술을 받은 뒤 1년 가까이 재활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예전 같은 구위를 찾지 못했고, 지난해 LG에서 1군 4경기(3⅔이닝) 등판에 그쳤다. 시즌 후 LG에서 방출된 송은범은 사실상 은퇴 상태로 보였다. 지난겨울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 지원한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그 뒤로 조금씩 잊혀지고 있었지만 삼성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5월 중순부터 경산 볼파크에서 다시 몸을 만들며 테스트를 준비했고, 불펜의 힘이 떨어진 시점에 정식 계약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5월까지 리그 최소 8번의 역전패로 불펜 승리 방정식이 가동됐지만 조금씩 과부하가 걸리더니 6월 이후 13번의 역전패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뒤집기를 당했다. 마무리 오승환을 비롯해 김재윤, 임창민 등 베테랑 필승조들이 난조를 보이며 힘에 부치고 있다.
전력 이상의 성적으로 2위 싸움을 벌이던 삼성은 7월 들어 6승9패(승률 .400)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7연승을 질주한 2위 LG와 격차가 3경기로 벌어지면서 이제는 3위를 지키는 게 급해졌다. 공동 5위 KT, NC도 2.5경기 차이로 압박해오고 있어 삼성으로선 비상이 걸렸다.
타선에선 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가 기대했던 홈런을 쏘아올리며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마운드 쪽에선 추가 전력이 부족하다. 상무에서 돌아온 파이어볼러 김윤수는 2경기 만에 제구 난조로 2군에 내려가 선발 수업을 받기로 했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우완 김태훈이 8월초 복귀를 준비 중이지만 투수는 다다익선. 송은범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하는 팀이라면 전력을 끌어모으고 봐야 한다.
박진만 감독은 “우리가 작년부터 두루두루 불펜 보강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서 또 한 명의 경험 많은 선수가 왔다. 지금 우리 불펜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송은범의) 컨디션이 올라오면 상황에 따라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송은범과 인연이 있다. 2011년 박 감독이 SK로 이적한 뒤 송은범이 2013년 5월 KIA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2년 반을 함께했다. 박 감독은 “SK 있을 때 몇 년 같이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향이) 같은 인천이다”며 웃은 뒤 “열심히 하는 선수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최대한 빨리 실전 감각을 올렸으면 한다”고 1군 합류를 바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