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로 은퇴했으면 어쩔 뻔 했나, 40세에도 이렇게 잘 던질 줄이야…경이롭다, 노경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7.28 14: 40

보면 볼수록 놀랍다. 3년 전 방출로 은퇴할 뻔한 투수가 40세에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다니 경이롭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 우완 투수 노경은(40)이 그 주인공이다. 
노경은은 지난 27일 문학 두산전에 4-3으로 앞선 8회초 구원등판했다. 전날(26일) 두산전에서 1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19개의 공을 던진 뒤 이날 연투에 나섰다. 선두타자 김기연을 포크볼로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조수행에게 3루수 앞 번트 안타를 허용한 노경은은 2루 도루를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정수빈을 1루 땅볼 처리한 뒤 이유찬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허경민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연이틀 홀드. SSG의 4-3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은 시즌 22홀드째로 이 부문 1위 김재윤(삼성·23개)에게 1개 차이로 뒤진 2위를 유지했다. 남은 시즌 충분히 홀드왕을 노려볼 만한 페이스. 2007년 LG 류택현(당시 36세)을 넘어 최고령 홀드왕 도전이다. 

SSG 노경은. 2024.04.21 / soul1014@osen.co.kr

7회말 2사 3루에서 SSG 노경은이 LG 김현수를 땅볼로 처리하고 환호하고 있다. 2024.05.07 /sunday@osen.co.kr

이날까지 노경은은 팀 내 최다이자 리그 우완 투수 중 가장 많은 52경기에 등판해 58이닝을 던졌다. 구원투수 최다 이닝으로 6승4패22세이브 평균자책점 2.48 탈삼진 46개를 기록 중이다.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 49명 중 노경은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는 NC 카일 하트(2.47) 1명뿐이다. 
KBO리그 역대로 봐도 40대 투수로는 역대급 성적이 기대된다. 이미 40대 투수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홀드를 거뒀고, 구원 이닝은 2016년 한화 박정진(당시 40세)의 84이닝을 넘어 86이닝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008년 히어로즈 다카쓰 신고(당시 40세)의 0.86 다음으로 낮다. 
그해 다카쓰는 시즌 중간에 들어와 18경기 21이닝만 던졌다. 30이닝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노경은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40대 투수는 없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40대 투수는 1996년 OB 박철순(2.62), 2015년 KIA 최영필(2.86) 둘뿐이었다. 당시 나이는 박철순이 40세, 최영필이 41세였다. 
노경은이 더 놀라운 점은 최근 3년 연속으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2022년 41경기(8선발·79⅔이닝) 12승5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05 탈삼진 55개로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에 기여한 노경은은 지난해도 76경기(83이닝) 9승5패2세이브30홀드 평균자책점 3.58 탈삼진 65개로 활약했다. KT 박영현(32개)에게 2개 차이로 뒤져 아깝게 홀드왕을 놓쳤지만 순수 구원 최다 83이닝으로 팀에 크게 기여했다. 
SSG 노경은. 2024.04.16 /sunday@osen.co.kr
SSG 노경은. 2024.05.22 / dreamer@osen.co.kr
올해도 구원 최다 이닝을 소화 중인 노경은은 최근 3년간 총 169경기(8선발)에서 220⅔이닝을 던지고 있다. 이 기간 14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가 26명인데 그 중 유일하게 200이닝 넘게 던졌다. 그만큼 자주 나와서 많이 던졌다. 같은 기간 1⅓이닝 이상 던진 멀티 이닝이 52회로 두산 김명신(56회) 다음이다. 2일 연투도 52회로 LG 김진성(56회) 다음으로 많이 했다. 
웬만한 20대 젊은 투수들도 이만큼 던졌으면 구위나 체력이 떨어져 성적이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불혹의 나이를 감안하면 지칠 법도 한데 노경은의 힘은 떨어지지 않는다. 무더운 7월 혹서기에도 9경기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경쟁력을 유지 중이다. 
PTS 기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4.1km로 여전히 리그 평균 수준이 되는 노경은이지만 구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직구(32.7%) 외에도 포크볼(26.5%), 슬라이더(25.9%), 투심(9.1%), 커브(5.2%)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노림수에서 우위를 점한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공으로 타자들의 배트를 잘 이끌어내며 정타를 피한다. 피안타율이 2할2푼에 불과하다. 
구위에 의존하는 투수가 아니라 해도 이 나이에 이런 퍼포먼스를 지속하는 거은 여러모로 연구 대상이라 할 만하다. 이런 투수가 2021년 시즌을 마친 뒤 롯데에서 방출돼 은퇴할 뻔 했다는 게 지금 와서 보면 참 놀랍다. 당시 SSG 입단 테스트를 거쳐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40세에도 현역으로 던지며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SSG에 와서 받은 연봉은 2022년 1억원, 지난해 1억7000만원, 올해 2억7000만원으로 3년간 총 5억4000만원. SSG로선 단 한푼도 아깝지 않을 돈이다.
SSG 노경은. 2024.05.24 / dreamer@osen.co.kr
SSG 노경은. 2024.06.18 / foto030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